정회진 사회부기자
제2의 조기 파시(波市·해상시장)를 꿈꾸는 서해5도 어민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녹아내리고 있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2년1개월만에 재개된 남북 대화는 특히 서해5도 주민들에게 환영할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해5도 어민들은 고위급 회담 개최로 남북이 경색된 관계의 물꼬를 트면서 해상파시가 다시 재현되길 바라고 있다.

연평도는 전라도 칠산어장과 평안도 용암어장과 함께 우리나라 조기 3대 어장으로 꼽혔다. 해마다 4월이면 수많은 조기떼가 연평도로 몰려와 알을 낳았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조기를 따라 전국에서 몰려드는 어민들로 연평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어업인들이 몰려들면서 연평도에서는 어느 지역보다 넉넉한 생활이 가능했다. 심지어 연평도에서는 개도 입에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라면서 과거 부유했던 시절을 오늘날 어민들은 회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이상기온 현상과 어획 방법 변화 등으로 조기 어획고가 급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평도 해상파시는 그 자취를 감췄다.

어민들은 남북 대화를 계기로 서해5도 해상파시를 제안한다.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백령도~연평도 NLL(북방한계선) 해상에 대형 바지선을 띄워서 수산물을 교역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해상파시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NLL 위에서 남과 북 어민들이 수산물을 사고 팔게 되면 북한도 무력 도발을 할 수 없어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경제적인 효과도 있다. 황금어장인 옹진반도 장산곶 앞에서 잡히는 질 좋은 수산물을 경제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동어로구역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남과 북 어민들이 한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어민들은 야간 조업 금지, 어장 확장 등을 하루빨리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 서해5도 어민들은 타 지역 어민과 다르게 해가 지면 조업을 할 수 없다. 조업이 가능한 어장 크기도 매우 작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새해를 남북 대화로 시작했다. 이젠 남북 대화가 복원된 만큼 후속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합의에 따라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 후에는 국민들이 원활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