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성 부평정수사업소 팀장
늦깎이 공직생활 중 美 유학한국 돌아와 책만들어 강의

인천지역 공무원들의 영어 선생님을 자처한 공무원이 있다. 팝송을 틀어주며 듣도 보도 못한 방식으로 발음을 잡아주는 한편,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처음 보는 교재를 손에 쥔 채로 말이다. '49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유학까지 다녀온 열정적인 '영어전도사'는 바로 상수도사업본부 부평정수사업소의 이종성(58) 수질행정팀장이다.

"어릴 때부터 가정형편이 워낙 어려워 6남매 모두 가방끈이 짧았어요. 겨우 공고에 진학했지만 워낙 약골이라 내 길이 아니다 싶었죠."

'자식은 많은데 내 새끼들은 하나도 대학을 못 가네' 라는 어머니의 한 마디는 이 팀장을 학구파로 만들었다. 어렵사리 대헌공고에 입학한 그는 유난히도 몸이 약해 '공돌이'는 애초부터 포기했다. 야간으로 인하대 행정학과에 진학한 그는 영어에 흥미를 느꼈고 29세 늦은 나이에 공직에 들어서면서까지 학구열은 이어졌다.

영어에 대한 열정은 결국 그를 비행기에 태워 라마 텍사스주립대 대학원으로 가게 했고, 정치과학 석사학위를 받고 다시 인천으로 '금의환향'하게 만들었다. "도둑도 많이 맞고 막내아들은 적응을 못해 정신병까지 의심되고, 아내도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을 정도로 돌이켜보면 미국에서의 2년은 제게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시기에요."

공직으로 돌아온 그는 그간 땀과 눈물이 섞인 공부를 글로 써내려가 3권의 교재로 만들었다. 200쪽이 넘는 와 팝송 70곡의 가사 한 소절마다 발음과 해석을 달아둔 , 문법책 까지, 여느 서점에서도 볼 수 없는 이 팀장만의 '꿀팁'이 녹아있는 소중한 보물들이다. 이 팀장은 "특히 '영어발음 10계명'은 강남 내로라하는 강사보다 자신 있는 나만의 방식"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틈만 나면 종이와 펜을 꺼내들고 발음을 가르치며 '선생님'으로 변신해 강의 삼매경에 빠지는 이 팀장. 인천시는 물론, 지역 내 교회, 인재개발원 등에서 수차례 강의를 진행해 그의 영어에 대한 열정은 이미 공무원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영어를 가르칠 때 정말 행복해요. 훗날엔 교육전문 채널 EBS와 영어 교육 전문 기업에서 이종성 선생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