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 사회부장
정치에 무관심한 아내가 새해 들어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내는 무상교복, 청년 배당 등 성남시의 주요 정책을 자주 논하고, 차기 시장이 좋은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는 정치적 견해도 내놓고 있다. 예전에 볼수 없었던 풍경이다.

언제부터인지 지방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과 서울시장 등 이름은 알아도 자신이 살고 있는 시장 이름을 모르던 이들이 지역의 시정에 관심을 기울이며 지지와 비판을 하는 일이 일어난다. 각종 좋은 정책이 주민의 삶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먼나라 이야기로 여기던 지방자치제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와 있었다.
1995년 4대 지방선거로 시작된 지방자치제는 지난 20여 년간 무늬만 지방자치제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웬만한 사무 권한은 중앙정부에 있으며 재정까지도 사실상 독식했다. 그 때문인가. 시민들은 지방자치제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무늬만 지방자치제는 다양한 복지정책들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성남시의 3대 무상정책을 비롯해 수원시의 시민민주주의, 지역 인권정책, 광명시 동굴사업 등은 지방자치제의 성공사례로 떠오르면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민주주의 가치를 외면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저항한 지방정부의 '10년의 혁명'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10년 혁명의 종착점은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개헌의 길은 멀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개헌을 할 수 있는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개헌의지 표명'이 개헌정국을 촉발시켰지만 국회가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씁쓸하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만이 고칠 수 있다. 하지만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의원들은 분권형 개헌을 말하는 이들은 많지만 지방분권 개헌을 말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국회의원들은 중앙에 몰려 있는 돈과 권력을 지방과 나눠 대한민국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방분권 개헌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들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국회와 나누자는 분권만 이야기한다.
개헌을 국회의원에게만 맡길 일은 아니라는 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도 "여의도 정치권만의 개헌 논의가 아니라 국민 주권 시대의 본격적 개막을 맞이해 국민들이 더 많이 개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이 정답이다. 국민들의 소리, 지역의 소리를 지방분권 개헌에 더 많이 담아야 한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위해 많은 경기지역 자치단체장들이 나서고 있다. 아니 사활을 걸고 있는 지자체장들도 많다.
이미 수원시는 지난 2일 수원지역 120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방분권개헌 수원회의'를 결성했다. 국민적·시대적 요구사항이 된 개헌을 반드시 시민의 힘으로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시민들의 개헌 요구속에 지방선거의 막은 올랐다. 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국회가 명심해야 할 분명한 사실이 있다. 자치분권이 단순히 민주주의의 확대가 아니라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국가발전전략이라는 점이다. 자치분권하지 않고 선진국으로 간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1만달러로 갈 때 필요했던 중앙집권에 갇혀 있었다. 3만달러 5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라는 엔진을 달아야 가능하다.

촛불 민주주의에서 나타난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주주의 역량은 위대했다. 1천700만 국민들은 광장에 나와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대의민주주의 절차를 선도했다. 이미 직접민주주의는 지자체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역량은 자치분권을 하기에 충분하다.
'내 삶이 바뀌는 지방분권형 개헌'은 기로에 섰다. 어렵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개헌의 걸림돌이 있다면 부수고 넘어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