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진 대표 "경리단길 못지않은 '평리단길' … 대접하고 싶을 때 제격"

인천일보가 2018년부터 '명사들이 찾는 그 집'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이번 '픽미픽미(味)' 기획은 단순한 맛집 탐방이 아닌 인천과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유명인사나 그가 참여하는 모임, 동호회, 단체 등에서 자주 찾는 맛집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왜 '그 집'을 자주 찾게 되는지, 맛집과 얽힌 인연 이야기 등과 함께 '그 집'의 대표적인 음식을 격주로 소개합니다.
 

▲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

 


"손님이랑 식사를 하게 되면 저는 가능하면 복화루로 모시고 와요."
인천일보가 2018년부터 시작하는 '명사들이 찾는 그 집' 첫 번째 주인공인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복화루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손님들에게 우리 문화재단 뮤직데이 설명도 하고 음악도시와 부평 문화의 거리도 소개하고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평리단길' 자랑하며 한바퀴 돌고 복화루에서 식사를 해요. 그게 저의 코스에요."

박 대표는 직원들과 회식을 할 때도 복화루를 찾는 매니아다. 지역의 음식점을 부평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부평구민이 자주 와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도 우리가 한 끼를 먹어도 동네에서 70년이 넘게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음식점인데 우리가 안 팔아주면 누가 팔아주겠냐며 복화루를 찾고 있어요. 특히 큰 행사가 끝나면 애쓴 직원들에게 '수고했다'하고 밥먹으러 오고 팀별, 직능별로 나눠 같이 오기도 하죠."

여성 직원들은 박 대표가 남다르게 각별히 챙긴다. 자신이 여성이기도 해서 그런지 임신한 여직원에게는 '힘내라'며 좋은 음식이나 맛있는 음식 사준다고 함께 복화루에 오는 일도 자주 갖는다.

한달 전부터 같이 일하게 된 황유경 기획경영본부장도 오자마자 연말이라 1년간 사용한 예산에 대한 정산 업무에 밀려 밥 한그릇 제대로 사주지 못했다며 복화루에 같이 왔다. 황 본부장은 박 대표의 복화루 음식 자랑과 직원들과 회식 이야기를 듣고 "저도 열심히 일을 해서 대표님께 자주 얻어먹어야 겠네요"라며 거들었다.

박 대표가 복화루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한다며 불러주셨을 때라고 회상했다.

"3년전인가요 홍 구청장이 맛있는데 있다며 오라고 했는데 그 때는 복화루 위치를 잘 몰라서 근처를 몇 번을 헤메고 돌다가 겨우 찾아왔어요. 처음왔는데 2층 올라가는 계단 벽에 '블루 리본'이 붙어 있는거에요. 인천에 블루 리본 있는 음식점이 몇군데 안되거든요. 그래서 사장님께 '어 여기 블루 리본 받았어요?'라고 여쭤봤는데 사장님은 '그게 뭔데요? 저거 뭔가 왔길래 버리려다가 붙여 놓았어요'라고 하시길래 '사장님 저거 아무나 못 받는거에요. 정말 맛집만 받을 수 있는거에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블루 리본을 해마다 받아 3개를 받았네요."

박 대표가 신이 나서 복화루 자랑을 하고 있을 때 왕수영 사장이 주문한 전가복을 들고 들어왔다. 왕 사장이 그릇을 내려놓으며 "음식 사진은 큰 거를 찍어야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나오는데 작은 거를 시켜서 사진이 잘나올지 걱정"이라고 하자 박 대표가 "그러면 큰 걸로 주문할 걸 그랬나요?"라고 물었고 왕 사장은 "작아도 먹을 만큼만 시켜야지 괜히 큰 거 시킬 필요 없어요. 그리고 음식은 따뜻할 때 먹어야 하니 식기 전에 맛있게 드시라"며 방을 나갔다.

박 대표는 지난해에는 부평미군부대 'ASCOM'이 있던 신촌지역의 음악클럽과 음악인들의 애환을 다룬 부평구문화재단의 창작 뮤지컬로 '당아시'라 불리는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 처음으로 목포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할 만큼 알려졌는데 올 해는 미군부대가 있던 의정부, 평택, 부산, 포항, 오산 등 지방 순회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해에는 '당아시'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 및 전시를 시기별로 묶어 제공하는 '공연 시즌제'를 활성화하고 생활문화센터인 '공감168'을 구민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청소년성문화센터, 구립도서관, 청소년수련관, 예술단 등 11곳의 산하기관에서 각각 '킬러 컨텐츠'를 개발해서 복화루의 맛있는 음식처럼 구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정책을 펴나갈 구상이에요."

/글·사진=여승철·송유진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그 집'의 추천 메뉴는 …


●양장피

 


'중식의 꽃'이라 하는 양장피에는 각종 해산물과 야채, 겨자 소스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음식으로 보기에 화려한 것도 식욕을 돋우고, 건강에도 좋은 효능을 지니고 있어 인기가 높다.

겨자는 매운맛을 내어 입맛을 돋우는 향신료로 배를 따뜻하게 해 복통을 잠재우고, 심한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데도 좋으며 심한 기침이 나오는 증상도 가라앉게 해준다. 이렇게 효능이 다양한 겨자 소스가 올라 간 양장피는 건강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양장피는 전분을 이용해서 만든 피(皮)를 두 장 사용해서 붙은 이름으로 원래 이름은 양분피잡채(洋粉皮雜菜)로 여기서 분은 밀가루를 말하며 전분으로 만든 피의 식감 때문에 해파리로 착각하기 쉽다. 양장피는 복화루의 대표적인 요리로 겨자소스의 톡 쏘는 맛이 덜해 아이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전가복


전가복은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전복, 해삼, 오징어 등 해산물과 닭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류, 버섯, 당근 등의 채소를 넣고 볶은 뒤 소스를 부어 완성한다. 귀한 식재료가 풍부하게 들어가서 예로부터 큰 잔치나 연회의 메인요리로 즐겨 먹었으며 원기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중국 진시황 때 주현(朱賢)이란 유학자가 탄압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가 은둔한 뒤 헤어진 아내와 아들을 다시 만나 잔치를 벌이며 먹은 음식으로 '온 가족이 모두 모이니 행복하다'는 뜻으로 전가복(全家福)으로 이름을 지었다는 유래가 있다.

복화루의 전가복은 매일 아침 현지 배송되는 해삼, 관자, 해파리, 새우, 오징어, 채소 등을 재료로 신선함을 유지한다. 조미료 맛이 전혀나지 않는 소스는 재료와 어울려 개운함을 살려주고 있어 70년이 넘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쟁반짜장


짜장면은 중국의 산둥 반도 지역의 가정식이었던 작장면(炸醬麵)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하여 만들어진 음식으로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뀌었다. 저렴한 가격에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소울 푸드'다.

1980년대 이전에는 서민들이 외식할 때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각광 받았으며, 특히 입학·졸업·생일을 축하할 때, 이사를 가는 날 등에 즐겨 먹었다.

복화루의 짜장면은 다른 중국집보다 얇은 면을 사용하는데 식감이 쫄깃하고 탄력이 있으며 짜장 소스는 달지 않고 불맛이 어우러져 복화루 특유의 옛스런 맛을 낸다. 복화루의 쟁반짜장은 야채와 돼지고기에 해산물을 넉넉하게 넣고 기름에 춘장을 넣어 볶은 양념을 면에 부어 나오며 양도 푸짐하다.

 

 

 

 

 

 

 



3대째 이어져 온 70년 전통의 맛

복화루엔 '블루리본'이 무려 3개


서울 이태원에 '경리단길'이 있듯이 2~3년전부터 인천 부평에는 '평리단길'이라 불리는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부평시장 방향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특색있는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개성있는 옷가게들이 많아 청년들이 즐겨 찾는 거리로 각광받는 거리인 '평리단길'에 1945년 개업한 이래 70년이 넘게 3대에 걸쳐 터줏대감처럼 골목을 지키고 있는 중국집이 '복화루'다.

복화루는 현재 처음 가게를 열었던 이복충씨의 아들인 이본위씨가 주방에서 요리를 책임지고 부인 왕수영씨가 손님을 맞으며 함께 운영하고 있다. 1947년생인 이본위씨의 부모와 조부모는 중국 산동성 출신으로 청나라 시대 때 인천으로 와 터를 잡았다.

70세가 넘은 이본위씨를 이어 아들 이장제씨가 아버지에게 주방일을 배우고 있으며 손님이 많이 몰리면 홀에서 어머니를 도와주며 대를 이어 복화루를 지킬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 중구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중국집들과 함께 인천 중국요리의 살아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복화루는 '블루 리본'을 3개 받은 곳으로 맛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블루 리본'은 우리나라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블루리본 서베이'에서 주는 것으로 1년에 한 번씩 받는데 2개까지는 일반인 평가자들의 평가로 받을 수 있지만 3개째는 전문 평가자들만 줄 수 있다. 따라서 블루 리본 3개를 받았다는 것은 최고의 맛을 인정받은 음식점이라 믿어도 좋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2005년 11월 한국에서 최초로 발행된 맛집 평가서로 세게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와 미국의 '자갓 서베이'의 장점을 서로 조합해서 만들었다.

복화루는 '블루 리본' 3개를 받은 명성에 비해 무난한 가격에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복화루가 오랜 기간 자기만의 맛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기본기에 충실한데다 세월의 무게를 더한 요리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주차장은 없지만 걸어서 1~2분 거리에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70분은 무료다.

/글·사진=여승철·송유진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