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개 이야기
▲ 한국화가 이관수作 '삽살개(액운을 쫓는 토종견, 천연기념물 제368호).'
▲우리 모두에게 허락된 신년
눈부신 아침 햇살과 함께 우리 모두에게 신년이 허락됐다.

'내게 온 하루에게 새 저고리를 갈아입히면/ 고요의 스란치마에 꽃물이 든다 / 지금 막 나를 떠난 시간과 지금 막 내게로 오는 시간은/ 어디서 만나 그 부신 몸을 섞을까' - <흰 꽃 만지는 시간> 이기철

새로이 온 새날에 '새 저고리'를 입히며 지난날의 내 과거의 고요와 현재(신년)의 설렘은 이렇게 어우러져 오늘(신년) 하루가 활짝 꽃핀다. 과거와 현재는 어디서 섞이는 것일까. 자정과 새날로 이어지는 찰나에 이어지며 아무도 모르고 보지 못하는 것, 알고 본 자들이 있다면 지구상에 말없이 수억겁을 입 다물고 있는 만물,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 예를 든다면 흙이요, 돌, 하늘, 별 쯤일게다.

2018년은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지난해 닭띠를 이어 열한째 지지의 술(戌)로 개띠의 해이다.

무(戊)는 상형으로 도끼 모양의 무기를 본뜬 모(矛)의 옛 글자이며 오행으로는 토(土), 시각으로는 새벽 3시부터 5시까지를 일컫고 술(戌)은 열한 번째의 지지로 오행의 토, 시각으로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를 정하며 띠를 가리킴에 있어서는 개이다. 무술(戊戌)의 두 낱내에 상형의 의미로 도끼 모양의 무기를 본 뜸의 무(戊)와 옛날에는 월(戉)로 도끼와 같은 글자이나 지지(地支)에 쓰여 음과 모양이 변했다고 하는 술(戌)에도 도끼의 의미기 있으니 깎고 다듬고 박아 튼튼한 안보의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이뤄지는 2018년이길 빈다.

▲ 인류의 영원한 친구 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을 가까이 하길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동물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먹거리가 돼 왔지만 서로 좋아서 공존한 동물로는 개가 유일하며 인간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는 반려동물이다. 고고학자들은 호모사피엔스가 살던 고대부터 사람과의 유대관계가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르러 약 1만2000년 전 중동지역에서 주인과 함께 매장된 개의 화석은 애정이 담긴 주인의 손으로 쓰다듬는 모습이었다.

개에 관한 전설과 설화는 우리의 삶속에서도 많이 존재한다. 삼국유사에 기록될 정도로 유명한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서 기르던, 주인이 들판에서 잠든 사이 불이나자 자기의 몸에 물을 묻혀 주인은 살리고 자신은 희생됐던 개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지금도 '개만도 못한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람을 도우며 공존하는 개의 역할은 다양한 방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사냥견, 군견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돕는 한편 마약 탐지견까지 인류와 좋은 동반자로 동고동락한다.

인간과 개들이 존재해 온 과거사를 내놓기에는 '늑대'에 관한 연구결과를 접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축화 초기 개의 뼈와 이빨은 늑대의 것과 유사했고 개와 늑대의 행동이 유사한 것을 설명한다면 사회성을 말해야 할 것이다.

개에서 나타나는 행동 패턴이 곧 늑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사냥할 때의 협동심과 새끼를 돌봄에 있어서 암수 구별 없이 양육함은 흡사 사람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한 고고학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개들은 사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조상 늑대들이 서로 간에 헌신할 수 있었던 그 힘을 개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잠재적 늑대의 본성은 아직도 개의 인자 속에 남아 있는 것 아닌가 한다.

▲ 개물림 사고 해법은
2017년 개에 관한 사건사고로 가장 큰 것이라면 연예인이 기르던 반려견이 이웃에 사는 유명 한식당 대표를 물어 사망케 한 일이며, 최근에 있었던 경기도 광주의 한 농가에서 다 자란 개가 개주인과 그의 아들을 물어 피를 흘리고 있는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도는 큰 경종을 울리며 반려견에 관한 관리지침을 만들기까지에 이르렀으며 반려견과 함께 꾸리는 TV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물론 개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목줄을 꼭 해야만 보행이 가능하고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의사표시에 동물애호가들은 학대라고 주장을 내세워 갑론을박 아직도 끝이 없는 것 같다.

개 조련사이며 보듬컴퍼니 대표인 강형욱씨가 화제의 키워드에 오르내리며 내린 결론은 집에서 기르는 개가 오히려 사회성이 부족, 당황하면 이빨을 먼저 쓰는 것에 익숙해 치명적으로 주인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마개를 씌우는 것은 학대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 교육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무는 개에게 물 수 있게 방치하는 것은 방임이며 바쁜 사람, 독신, 개를 혼자 두는 사람은 반려견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관계로 '개가 출세(?) 했다고 해야 할까. 급기야 청와대 '상춘포럼'에 출연한 강형욱씨와 그의 반려견 '다올이'가 반려견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강연하며 그의 인스타그램에 모습을 공개, 최초로 청와대에 초청된 개라고 했다.

'개 꼬리 삼 년에 황모(黃毛) 될까'하는 속담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을까. '개 팔아 두 냥반' 되지 말고 기억할 일이다.

▲ 20세기 8번의 개띠해
지난 세기 우리는 개띠해를 8번 맞았다. 개띠해라고 역사의 진행과정에서 특별한 것은 없어도 암울한 36년의 역사, 일제강점기도 1910년 개띠해로부터 시작됐다. 일제병탄조약이라고 불리는 한일합병 치욕의 조약 원문 1조는 '한국 정부의 일제 통치권을 완전, 영구히 일본 황제에게 양여한다'라고 했으니 경술년(1910) 개띠해의 국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12년 뒤의 1922년 임술(壬戌)년은 600년 역사의 오스만투르크제국이 멸망했고 소련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제임스 조이스가 '율리시즈'를 출판, 20세기 최고의 소설가 세익스피어 이후 가장 뛰어난 작가로 평가를 받는 반면 재즈의 황제 루이암스트롱 시대를 열게 됐다.

오늘날 중국의 밑거름, 마오쩌둥 시대의 전주를 알리는 시작은 1934년(甲戌)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으로부터 발진한 것이 개띠해의 빼 놓을 수 없는 역사의 변천이다. 좌익과 우익의 충돌 속에서 사회혼란이 극심했던 병술(丙戌)년은 대한민국을 낳기 위한 진통의 시작 년이었으며 세계는 냉전의 기운이 돌며 육군의 모체, 조선 국방경비대가 창설됐고 육군사관학교가 문을 연 건국 작업의 해였다.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이 울리고 비키니 수영복이 등장하며 노출, 외설을 허물어 버린 개성의 시대를 연 것은 1946년이다.

1958년생들을 지칭할 때 '58년 개띠'라고 하는 말은 지금도 '베이비 부머' 세대와 함께 불려진다. 386세대와의 연결고리로,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며 지낸 무술(戊戌)생들로 재계와 학계에 뚜렷한 존재감을 심어준 세대이기도 하다. 개발의 환부가 터지며 다시 중단 없는 개발로 이어진 1970년(庚戌)은 당시 정권의 1호 사업 '와우아파트'가 붕괴되고 '사상계' 강제 폐간, '전태일'분신자살 사건으로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며 어려웠으나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해로 새마을 사업의 쾌속질주를 이어갔다. '잃어버린 4시간', 바로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어 물류 활성화와 서민생활의 안정을 꾀한 1982년(壬戌)은 교복 자율화를 꾀한 반면 시국의 여론을 잠재울 양 국민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인 본격적인 해라고 더듬어 볼 수 있다.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김일성이 사망하며 한반도의 평온을 갈망하던 1994년(甲戌)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협상을 타결했으나 도리어 더 심해만가는 안보의 불안은 개띠 해를 두 번 넘긴 지금까지도 요원한 현 정권의 숙제로 남아 있다.

숱한 설화, 미담 속에서 개와 연결된 것이 많은 것을 보면 십이지(十二支) 중 그래도 사람 곁을 지키며 있는 동물은 개다. 출발선에 선 12가지의 동물 중 쥐는 꾸준히 앞을 보고 가는 소등에 올라 유유자적 하다 골인지점에서 홀짝 뛰어나가 첫 번째 띠를 갖게 되었으나 개는 속담처럼 '개 팔자 상팔자'를 누리다 다급히 뛰어 돼지보다 먼저 들어가 12동물 중 11번째를 누렸다는 썰렁개그, 아재개그로 썰렁하지만 개는 언론사(신문)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사회를 올바르게 지키고 끄는 의무가 있다 해 언론을 watch-dog, 즉 '감시자'라고 표현하는 만큼 독자와 함께, 무술년 인천일보의 발전을 빌며 정론지로서 거듭나는 한 해이길 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을 되새겨 열심히 한 생을 살아가는 2018년이었음 좋겠다.

/김학균 인천예총사무처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