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사랑, 미래? … 채워진 건 '족쇄'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김광석 서른즈음에' 노래의 한 소절이다. 스무 살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 어느새 인생 전환기인 서른을 맞이한 지금, 노래 가사 마디마디가 폐부에 와 닿는다.

이유는 이렇다. 20대 시절 오로지 취업준비에 여념 없었다. 평생 간직할 추억 하나 만들지 못했다.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낙을 저버리고 지냈다. 그렇게 30대를 맞이했다. '높은 청년 실업률', '낮은 임금', '학자금 대출' 등의 족쇄가 청춘을 옭아맨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불안하기만 하다. '처절' '고되다', '포기'란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이는 누구랄 것 없이 서른을 맞은 많은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더 많은 청년들도 마찬가지일 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깜깜한 터널을 한참 지나지만, 눈에 들어오는 빛은 터널 밖 태양빛이 아닌 맞은 편 자동차의 전조등이다. 바로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청년들의 속 타는 심정이다.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률이 최고치를 찍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청년층(19~29세) 실업률은 9.2%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8.8%)보다도 오히려 0.4% 높다. 취업이 어렵다보니 준비 기간도 길어졌다. 또 일자리 경쟁은 청년들의 인간관계 단절도 부추겼다.

청년들은 스펙을 쌓느라 학원가를 전전한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와 씨름한다. 명절, 크리스마스 기념일에도 마찬가지다. 학원가는 취업 준비생으로 항상 붐빈다. 이들은 서로 말조차 섞지 않는다. 오로지 취업을 향해 목적 없이 달려간다. 청년들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첫 취업까지 2년 이상이 걸린다고 답한 청년이 5명 중 1명꼴이었다.

취업난은 청년들의 미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가정을 꾸려갈 소소한 희망마저 앗아갔다. '연애', '결혼', '출산' 포기한 사람에게 지어진 말인 삼포세대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수원시가 미혼 청년 539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미혼 청년 539명 중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5.5%에 그쳤다. 이 중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답한 청년은 11.5%나 달했다. 청년이 결혼을 포기한 대표적 이유는 바로 경제적 여유 부족이다. 설문조사에서 "경제적 여유 부족"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57.5%로 가장 많았다.

일자리 경쟁에서 선 지점을 차지한 청년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집, 직장, 집으로 이어지는 반복의 연속이다. 누구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즐길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일 하는 청년들의 경우에는 더욱더 어렵다. 정규직 채용의 희망을 갖고 젊음을 쏟아 바치고 있지만 정규직 전환은 '하늘의 별따기'다. 사회는 각박하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1764시간) 비교했을 봐도 무려 300시간 이상을 더 일터에서 보내는 셈이다.

높기 만한 주거비 부담 역시 청년들의 고민거리다. 청년들은 쪽방, 고시텔 등 비좁은 주거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다.

식사를 할 수 없거나 채광이 되지 않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최저주거 기준 미달 가구는 203만가구로 이 중 고시텔, 지하방 등 비주거 지역에서 사는 이들이 약 39만가구로 나타났다.

'두 평 고시텔에 갇혀 청춘을 보내는 청년', '일자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가마저 포기하는 청년', '삶의 낙을 잃어버린 청년'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청년들의 처지다.

인생 전환기인 30대를 맞이해도 쉽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근본적인 청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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