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작가, 인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예술치유분과위원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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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미'자도 몰랐지만 우연히 민화 특유의 화려함과 강렬함에 매료돼 작가로 변신한 이가 있다. 지역 곳곳을 찾아가 전통 민화를 알리고 희망도 전하는 이지영(42) 작가는 오늘도 민화 삼매경에 푹 빠졌다.

"'저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는 건방진 생각으로 덜컥 덤볐어요. 8년 넘도록 그리지만 정말 어려운 게 민화더라고요."

지난 2009년 서울 한 미술관에서의 민화전은 그에게 우연이자 인연이었다. 처음 본 민화 작품들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매서운 눈을 부라리는 호랑이는 온데간데없고 선글라스를 끼고 우스꽝스럽게 누워있는 한편 단순하고도 강렬한 색의 꽃과 나무라니. 게다가 상당히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민화에 매력을 느껴 그는 붓을 잡기로 했다.

'무언가를 하려면 제대로 미쳐야 한다'는 오기로 사표를 던지고, 2년간 한국 민화의 1인자 오경숙 교수가 있는 단국대 평생교육원을 다니며 몰두했다. 이 작가는 "배울수록 민화가 좋았고 전통문화에 관심이 생겨 박물관과 미술관은 모조리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2013년 다시 사회로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은 민화로 차 있던 이 작가는 인천에서 많은 이들에게 민화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당찬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인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그의 재능기부가 시작됐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자신의 붓끝에서 작품이 하나씩 완성되니 참여자들은 점차 성취감을 느꼈다.

이 작가는 "한 분은 피해 트라우마로 손이 심하게 떨려 안 될 것 같다고 포기하려 하시더라"며 "'바림'이라는 한국적 그러데이션 기술을 누구보다 잘 해내실 거라고 했더니 결국 2점이나 완성하시더라"고 말했다.

"자존감도 높아지고 전통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셔서 제가 더 감사하더라고요. 작업하는 동안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어 정말 좋아하셨어요."

그는 최근 센터 예술치유분과위원으로 위촉받아 더욱더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주말이면 초등학교 학생들, 다문화 여성들, 양로원 등을 찾아 민화를 알리는 데 애쓰고 있다.

"아직 만날 분들도 함께 나누고픈 그림들도 많습니다."

내년부터는 장애인 지원센터 등을 찾아가 희망을 주는 민화를 그리고 싶다는 이 작가. "제 그림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고 저를 만나 행복해지신다면 더 열심히 붓을 잡으려 합니다.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으니까요."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