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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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김제혁에게 징역 1년의 법정 구속을 선고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중,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전에 둔 특급 마무리 투수 김제혁(박해수)이 유니폼을 벗고 구치소의 수용자 복을 입는다. 죄목은 '과잉방위'. 친여동생을 겁탈하려던 성폭행 미수범과 격한 몸싸움을 벌이다가 하루아침에 '국민 영웅'에서 구치소 수용자로 전락한다. 집행유예 여론에도 법원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원심을 확정한다. 교도소로 이감돼 남은 10개월 옥고를 치르게 된 '슈퍼스타'의 본격 감방 적응기가 시작된다.

'의문의 일승'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교도소 배경 드라마가 잇따라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신용해 서울동부구치소장은 "교도소 시설을 폐쇄하지 않고 개방하는 것, 문화컨텐츠를 통해 수용시설을 여는 과정을 통해 교도소 수용자들의 폐쇄성이 줄어들고, 결국 퇴소후 사회에 적응하고 재범을 하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근 한국교정학회장은 "교도소와 사회가 서로 단절될수록 출소자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범죄자 미화가 아니라, 이들의 삶을 인간적인 차원에서 조명해 주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감방드라마는 불평등한 사회 단면을 보여주지만, 잘못하면 범죄자를 미화하는 우를 범할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일반 시민들에게 교도소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곳으로, 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우리 일반생활과는 격리돼 드라마틱한 사연을 그려내기에 좋다.
'깜드'(감방 드라마)라는 교도소 배경 드라마 용어도 생겼다. '깜드'의 포문을 연 드라마는 올 초 방영된 SBS의 '피고인'이다.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가 진범 차민호(엄기준)에게 맞서 무죄를 입증해 가는 줄거리로, 최고 시청률 28.3%(닐슨코리아)로 종영됐다. 최근에는 tvN의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SBS '의문의 일승'이 각각 방영 첫 주 CPI(콘텐츠 영향력 지수)에서 TV프로그램 전체 1위로 출발하면서 '깜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깜드'는 '법드'(법정 드라마)와 '의드'(의학 드라마)의 유행을 잇는 새로운 흐름이다. 취업 준비생이나 공시생처럼 대중이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비엘리트 집단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최근 유행과도 궤가 같다.

교도소는 지략 대결이 펼쳐지는 법원이나 생사 한가운데서 촉각을 다투는 병원과는 다른 공간적 긴장감을 극에 부여한다. 인간 군상을 그리면서 예측 못 할 투박한 갈등과 다툼을 그린다. '깜드'는 미지의 공간인 교도소 구석구석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피고인'과 '의문의 일승'은 실제 교도소로 썼던 옛 장흥교도소에서 촬영했고, '슬기로운 감빵생활' 촬영지인 의정부 녹양동 세트장은 수감방, 징벌방 등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했다.

한편 최근 한국교정학회(회장 오영근, 차기회장 이영근)는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법무부 교정본부를 '교정교화청'으로 독립시켜 교정행정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교정조직이란 사회로부터 일탈한 비행소년과 범죄자를 재사회화시켜 건전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키는 목표를 추구하는 강제적 기능을 가진 교화적 조직이다. 현실적 구체적으로는 재범율의 저하가 목표가 된다.

과거 한국의 교정조직은 검사들이 교정국장을 맡아오다, 2007년 교정본부로 승격되며 검사가 아닌 교정직원들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독립된 청이 아니므로 검사·판사를 주축으로한 법무부의 영향력 아래 교정행정이 이뤄지고 있다.

교정학회의 김안식, 허경미, 이진국 교수 등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교정기관은 형벌집행과 교정교육 2가지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며 "반면 검찰조직은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공소제기 즉 범죄혐의 입증이 목표인 조직이고, 법원은 범죄혐의의 사실관계를 판시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교정행정 조직과는 처음부터 목표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영근 경기대 교수는 "현행 법령에 있어서 법무부의 관장사항 내용 중에는 '교정'이라는 용어조차 없고 다만 '행형'이라는 용어만이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행형은 형벌의 집행만을 의미한다. 교정조직은 형벌집행이라는 행형과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교화기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조직이라 할 때 현행 법무부의 교정조직은 교화기능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