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식을 듣고 20년 전에 봤던 영화가 불현듯 생각났다. FBI 요원(존 트라볼타)과 테러범(니콜라스 케이지)이 서로 얼굴이 바뀐 채 자신과 싸우는 '페이스 오프(Face off)'다. 요원이 FBI 첨단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테러범 얼굴 살갗을 통째로 도려내 바꿔 붙이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코레일은 2021년 준공 목표로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의 인천역 복합역사 사업을 추진한다. 기존 인천역을 '파사드(Facade)' 방식으로 복원한다고 한다. 쉽게 얘기하면 현재의 인천역 정면 외벽을 뜯어낸 후 새로 짓는 복합역사 내 전시관 외벽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그 과정에서 현 대합실 형태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들은 인천역 역사를 '쓸모없음' '돈 안됨'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왜소하고 보잘것 없는, 게다가 지은 지 60년도 안되었기 때문에 쉽게 본 듯하다. 인천역 역사(驛舍)는 인천의 역사(歷史)는 물론 한국 철도사의 중요한 부분을 담고 있다. 경인선의 시발지로서 개통시 지어진 목조 건물은 6·25 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 1960년 신축된 지금의 역사는 현재 경인선의 전체 노선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광장-대합실-플랫폼이 계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수평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역이다. 큰 함지박에 생선을 담아 매일 인천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던 우리네 어머니들, 시골집에서 부친 쌀이나 농산물 등 소화물을 찾아가던 인근 공장노동자 등. 그곳은 인천시민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공간이다.

개항창조도시 사업과 연계된 복합역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무형의 가치를 품은 현 역사를 그대로 살리고 새 역사를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예는 가까운 서울에도 있다. 신촌역은 2006년 민자역사를 신축할 때 옛 역사를 허물어 버리지 않고 새 역사와 어우러지게 했다.' 페이스 오프' 영화를 보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헷갈린다. 파사드 방식이 선인지 악인지는 인천역의 주인인 '시민'이 판단할 일이다. 사람이든 건물이든 그 살갗을 뜯어내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재미 있다. 인천역 '페이스 오프'의 반전을 끝까지 기대해 본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