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붙는 호객꾼, 떨어지는 상권
들러붙는 호객꾼, 떨어지는 상권
  • 김원진
  • 승인 2017.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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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택지 먹자골목서 대놓고 불법 행위
"베드타운 현상 심화·소비자 유출 심각"
"형님! '쓰리 노(Three No)' 안 가세요? 쓰리 노?"
지난 7일 저녁, 인천 계산택지 먹자골목에서 '쓰리 노' 호객 행위는 대담하고 집요했다. 계양구청 앞부터 세종병원까지 350m 남짓 거리에 블록 당 1~2명꼴로 서서 지나가는 남성들을 붙들어 세웠다. 호객꾼들은 "초이스도 된다. 애들 화끈하다"며 듣기 민망한 제안들을 쏟아냈다. 팔을 잡고 매달리다가도 어느 정도 범위를 벗어나면 더 쫓아오지 않았다. 서로 정해놓은 구역이 있는 듯했다.
'쓰리 노'는 '옷·속옷·스타킹'이 없다는 뜻의 은어다. 노래클럽이나 주점 간판을 내걸고 업소 내에서 성매매 등을 알선하는 방식이다. 이 불법 행위는 계산택지 먹자골목에선 전혀 은밀하지 않았다.

▲연말 특수에도 제 살 깎는 상권
계산택지 먹자골목 상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불법 성매매 업소 단속이 심해지기 시작한 3~4년 전부터 '쓰리 노' 업소가 하나둘 늘었다. 초창기만 해도 호객 행위를 대놓고 하진 않았다. 불경기에 업계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권 중심부까지 파고들었다.
5년 넘게 이곳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A씨는 "롱패딩 입고 서성이는 사람들은 전부 호객꾼"이라며 "중앙로를 차지하고 서서 저러니 연말에도 상권이 살아날 기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불법 호객 행위는 '쓰리 노'뿐만 아니다. 나이트클럽 종업원들 역시 거리를 점령하고 행인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일부 주점에선 여성 종업원들에게 사탕이나 풍선 따위를 쥐여주며 상점마다 찾아 영업하게 하고 있다. 사람 다니라고 만든 인도에는 마사지 등 불법 입간판이 주인 행세 중이다.
회사원 정성진(34·인천 계양구)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연말이면 계산택지 먹자골목에 20대로 가득 찼다. 지금은 퇴폐 분위기에 음성화됐다"며 "구청이나 경찰서가 코앞인데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계산택지 상권 음성화, 계양구 전체 악영향
계산택지 먹자골목 음성화는 단순히 상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위치부터가 생활 밀착형이다. 반경 500m 안에 학교만 10여곳이다. 아이들이 찾는 공원도 여럿 있고 대형마트와 같은 쇼핑센터도 자리했다.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둘러싸고 있다. 건강하지 않은 업종이 세를 불릴수록 주민 삶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더군다나 '부평구는 부평역 주변', '남동구는 구월동'처럼 계양구 상권을 대표하는 계산택지 먹자골목 부진은 계양구 베드타운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산택지 한 공인중개사는 "상권 포화로 3층 이상부터 공실률이 높으니 노래주점, 안마방 등만 차지하고 있다"며 "교통 인프라가 좋은 계양구는 가깝게는 부천·김포 멀리는 서울까지 소비자 유출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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