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하운 시인 재조명' 시비 건립 제막
십정동 백운공원에 대표작 '보리피리' 세워
1975년 2월28일, 한하운 시인이 인천 부평 십정동에서 숨을 거두고 42년 10개월이 지나서야 그의 대표작 '보리피리'가 적힌 시비가 십정동 백운공원에 선다.

한하운 시를 사랑한 고은 시인이 이를 축하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인천을 찾을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그를 조명하는 사업이 잰걸음 하다 올해 '한하운 백일장', '한하운, 그의 삶과 문학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이어 이번 시비 건립으로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인천 부평구는 오는 14일 십정동 백운공원에서 '한하운 시인 시비 건립 제막식'을 연다고 11일 밝혔다. 백운공원은 1975년 한하운 시인이 지병인 간경화증으로 57세에 영면한 부평구 십정동 자택 근처에 있다.

이날 축사에는 고은 시인이 언급되고 있다. 고은 시인은 3달 전인 9월23일에도 부평구와 부평역사박물관이 개최한 '한하운, 그의 삶과 문학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바 있다.

그는 부평을 찾아 "현재 우리 시단은 자기 재능에 도취돼 위기를 맞고 있다. 한하운의 삶의 시, 서툴지만 살아 있는 생활의 시, 생활을 버리지 못하고 처절히 노래하는 시를 배우는 한하운 학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8월 부평공원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제작한 이원석(51) 작가가 한하운 시비 제작을 맡았다. 시비에는 한하운 시인 대표작인 '보리피리'가 새겨졌다. '보리피리'는 한센병으로 인해 방황해야 하는 삶의 정한과 어린 시절 향수를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비는 가로 2m, 세로 1m, 높이 2.1m로 책이 펼쳐진 형상이다.

사실, 백운공원에 시비 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과거 한센인 정착촌이었던 십정동에 '한센인 시인' 한하운 기념비를 건립하는 계획을 놓고 아직 정착촌 인근에 거주하는 한센인 2세들이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부평구는 2017년 7월 한국한센총연합회 인천지부와의 간담회에서 시비 건립 동의를 끌어냈다.

부평구 관계자는 "부평에 한센병 환자 요양소 2곳을 설립해 운영하며 25년 동안 한센인 구제 사업을 펼친 한하운 시인의 시비를 그가 눈을 감은 지 42년 만에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