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시대 이후 사람들은 재화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구분해 왔다. 사용가치는 재화의 일차적 가치로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가치를 의미하고, 교환가치는 여기에 더해 어떤 재화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한 의미의 사용가치를 가질 때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가 '돈'이라 부르는 화폐는 그 자체로 사용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화의 가치측정값으로 의미가 있다. 1295년 원나라를 여행한 마르코 폴로는 중국 전역에 지폐가 통용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는 <동방견문록>에 "만약 그릇이나 혁대 또는 기타 장식물을 만들기 위해 금과 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지폐 몇 장을 들고 칸의 주조소로 간다. 거기서 주조소 관리자로부터 구입한 금과 은의 값을 지폐로 치르는 것이다. 칸의 군대들은 모두 이런 종류의 화폐를 보수로 받는다"라고 기록했다.

지폐가 유럽에 알려지자 1400년경 무렵부터 제노아, 피렌체 등지의 은행가들은 개인이 발행하는 환어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값비싼 귀금속이나 현금화하기 쉬운 물건이 거래대금으로 통용되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화폐경제가 본격화되면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가 토지나 상품처럼 실체가 있는, 즉 눈으로 볼 수 있고, 실제 소유할 수 있는 재화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점차 주식, 지분, 양도성 채권 등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들이 경제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17세기 스페인의 경제학자였던 곤잘레스 데 셀로리고는 신대륙의 금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던 스페인이 쇠망하게 된 원인을 "부자들이 바람을 타고 달렸다는 데 있다. 그들은 수익을 낳는 실제 상품 대신 늘 환어음, 계약서를 거래하며 허황하게 내달렸다"라고 썼다. 다시 말해 실제 국부(國富)를 확대할 수 있는 인재, 기술개발 등과 같은 분야에 투자하는 대신 금융거래에 몰두했기 때문에 스페인의 부가 쉽게 유출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뒤를 이어 해상강국을 건설했던 네덜란드 역시 성장의 말기에 이르자 튤립 투기 광풍에 휩싸이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금 한국은 기초과학연구예산을 삭감하고, 비트코인(bitcoin)이란 새로운 투기 광풍에 휩싸여 있다.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