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가 유럽에 알려지자 1400년경 무렵부터 제노아, 피렌체 등지의 은행가들은 개인이 발행하는 환어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값비싼 귀금속이나 현금화하기 쉬운 물건이 거래대금으로 통용되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화폐경제가 본격화되면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가 토지나 상품처럼 실체가 있는, 즉 눈으로 볼 수 있고, 실제 소유할 수 있는 재화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점차 주식, 지분, 양도성 채권 등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들이 경제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17세기 스페인의 경제학자였던 곤잘레스 데 셀로리고는 신대륙의 금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던 스페인이 쇠망하게 된 원인을 "부자들이 바람을 타고 달렸다는 데 있다. 그들은 수익을 낳는 실제 상품 대신 늘 환어음, 계약서를 거래하며 허황하게 내달렸다"라고 썼다. 다시 말해 실제 국부(國富)를 확대할 수 있는 인재, 기술개발 등과 같은 분야에 투자하는 대신 금융거래에 몰두했기 때문에 스페인의 부가 쉽게 유출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뒤를 이어 해상강국을 건설했던 네덜란드 역시 성장의 말기에 이르자 튤립 투기 광풍에 휩싸이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금 한국은 기초과학연구예산을 삭감하고, 비트코인(bitcoin)이란 새로운 투기 광풍에 휩싸여 있다. /황해문화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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