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망측한 '실화'다. 1988년, 89년에 걸쳐 부평구 십정동에선 '침뱉기 알바'가 성행했다. 어린이들이 침을 뱉어 모아주고 돈을 받았다. 침 수집 대행업소는 학교 앞 문방구나 오락실이었고 심지어 몇몇 가정집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침 모을 통과 껌 한 통을 줬다. 침 값은 100㏄당 250원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한 나절 꼬박 껌을 씹으며 침을 뱉어 콜라병을 채워 750원 정도 받았다. 한 병이 채워지지 않으면 형제, 남매가 한데 모으기도 했다. 졸지에 그들은 '껌 좀 씹고, 침 좀 뱉은' 아이들이 되었다. 침은 국내 모 유명 제약회사가 백내장 치료나 노화 방지 약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모은 것이었다.

침을 뱉어 번 돈으로 아이들은 그 가게에서 바로 군것질을 하거나 만화가게나 오락실로 달려갔다. 아이들은 심하게 침을 모아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은 물론 목이 너무 부어 밥을 먹지 못할 지경까지 되었다. 심지어 나오지 않는 침을 억지로 뱉다가 쓰러진 아이도 있었다. 한 푼이 아쉬운 몇몇 어른들도 침뱉기에 동참했다. 이를 막기 위해 십정동 지역운동 단체 '해님방'이 나섰다. 침뱉기 부업을 하는 가게에 전화를 걸어 간절히 읍소하거나 거세게 항의했다. 해님방과 동네 엄마들은 합세해 끝내 침뱉기를 몰아냈다. 이 '실화'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부평역사박물관 주최 '열우물 연가 토크콘서트' 사회를 맡으면서 알게 되었다. 미리 전해 받은 대담 자료에 한줄 언급된 것을 그 날 패널로 참석한 해님방 신소영 대표의 입을 통해 확인했다. 이 내용은 당시 발행된 해님방 소식지 '해님'에도 활자화 돼 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도 아닌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대낮에 인천에서 이런 황당한 일이 있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주변 사람들에 전하니 열이면 열 '오줌 수거'는 들어봤어도 금시초문이라며 모두 아연실색했다. 가난을 볼모 삼아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한 당시 제약회사와 하청업자의 악덕 상술에 함께 분개했다. 같은 인천 하늘 아래 이런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걸 다시 생각하니 목에 뭔가 심하게 걸린 듯하다. 침 한번 되게 뱉고 싶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