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모여 책 읽고 즐기다보면 마음이 배부릅니다
▲ 지난달 29일 오후 8시, '잇다' 회원들이 모여 독서를 하고 있다.
▲ 지난 4일 엄마들의 독서모임 '다움' 회원들의 모습.
▲ '큰따옴표'는 늘 모임이 끝난 뒤 각자의 총평을 짧게나마 포스트잇에 적어 책장에 붙인다.
'잇다' 서구 검암동에 공간 꾸며 24시간 책 읽고 토론 … 회비제
'다움' 연수구 엄마들, 자녀 교육 위해 치열한 독서 … 역사공부도
'큰따옴표' 구월동 카페서 20~30대 생각 나눔 … 총평·소감은 필수


종이책이 부활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이책 시장을 완전히 무너뜨릴 것만 같았던 전자책(E-book)도 성장세를 주춤하는 모양새다. 책장 넘길 때 손에서 느껴지는 질감, 책과 직접 만나는 느낌은 종이책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디지털 피로도가 쌓일 만큼 쌓인 영향도 있을 터.
그러자 요즘 '책을 읽고 즐기는 문화'를 의미하는 '리딩테인먼트(Reading + Entertainment)', 넓고 얕게 지식을 탐한다는 '잡학피디아(잡학(雜學) + Wikipedia(백과사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독서에의 욕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동네 서점은 물론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 등 소셜미디어에선 낯선 이들과 독서 모임을 꾸리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름도 성도 모르던 타인이지만 바쁜 일상 속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배부른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인천의 독서모임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 함께 쓰고 나누고 이어진다, '잇다'
지난 29일 오후 8시, 젊은이들이 하나둘 씩 들어와 앉는다. 오늘은 단체독서를 하는 날이라 각자 가져온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한다. 지난 주 처음 등록한 회원의 추천으로 오늘 처음 왔다는 20대 여성도 낯설어하지 않고 책을 읽는다.
'잇다'는 지난해 7월 이우택 대표가 직장인 동호회를 알아보다 독서를 주제로 한 소모임을 만들면서 3명과 함께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모임 공간까지 갖춘 독서 모임이다. 서울엔 독서 모임 전용공간이 있지만 인천은 없어 늘 '단독 모임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해왔던 이들은 서구 검암동에 '잇다 라운지'라는 공간을 꾸몄고, 현재 20여 명의 회원들이 월 2만원을 내고 24시간 언제든지 자유롭게 책도 읽고 토론을 하며 모이고 있다.
'잇다'는 4가지 주제로 운영된다. 각자 가지고 온 책을 2시간 읽고선 이야기를 나누는 '단체독서'와 미리 본인이 자율적으로 정한 책을 읽어온 뒤 토론하는 '자유 독서', 월별로 운영진과 회원들이 정한 책 한 권을 읽어온 뒤 대화를 나누는 '지정독서', 각자 자율적으로 읽은 책 일부 구절을 필사 해 와 그 구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필사모임' 등이다. 특히 잘 쓴 글을 베껴 쓰면서 작문 실력을 키우고 내 감정을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통해 만난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놓기 위해, 또 직접 쓰며 곱씹어 보기 위해 필사모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우택 대표는 "매달 일정에 변동이 있어 미리 홈페이지에 공지하니 일정에 맞게 참여하면 된다"며 "다만 월 회비가 있고 횟수가 잦은 만큼 의지가 있는 분들이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여하고픈 이들은 홈페이지(spaceitda.co.kr)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잇다'를 검색해 문의하면 된다.

# 나 다움, 엄마 다움, 인간 다움, 우리 다움을 고민하는, '다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건강해지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도 건강해질거란 믿음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매달 첫째·셋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고윤지 모임장을 비롯한 5명의 연수구 엄마들이 송도국제어린이도서관 토론실에 모인다.
고 모임장은 "우리 모두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가정에 파묻혀 살다보니 자존감이 낮아지더라"라며 "하지만 모임을 하다 보니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엄마들은 다같이 책을 정하고 읽어온 뒤 토론한다. 영어로 된 원서읽기 30분과 그림책 30분까지 하루에 3종류의 책을 읽고 나눈다. 특히 그림책을 읽은 뒤엔 두 명 씩 짝을 지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방식의 논쟁 '하부르타'라는 이스라엘 교육법을 적용해, 자녀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치열한 독서를 하고 있다.
'다움'은 역사 책 <유신>을 보고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우리가 먼저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여론이 모여, 모임이 끝난 뒤 오후 4시까지 '헐스토리(Herstory)'라는 스터디를 꾸려 역사 공부까지 하고 있다.
고윤지 모임장은 "어린이집 학부모와 함께하는 '책연', 송도해돋이도서관 회원들과 하는 '꿈.길' 오프라인 모임과 여유가 없는 이들을 위해 최근엔 온라인을 통한 독서 모임도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책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어루맘짐' 트레이닝 센터를 세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움 블로그(blog.naver.com/indra8781)나 전화(010-3471-2710)로 문의하면 된다.

# 책장을 덮고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큰따옴표'
누군가 말을 시작하겠다는 신호의 '큰따옴표'. 이 모임에선 독서만큼이나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걸 가치 있게 생각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데 높고 낮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한 거고, 작은 생각 하나하나가 우리 큰따옴표의 활력소인걸요."
박재연 모임장은 혼자 책을 읽으면 금방 포기하게 돼 스스로 또 많은 이들에게도 책을 오래 읽어나갈 하나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2년 전 모임을 꾸렸다. 햇수를 채워가면서 꾸준히 참여하는 회원은 박 모임장을 비롯한 운영진 4명과 8명 등 총 12명이다. '큰따옴표'는 운영진이 추천하는 책이나 처음 온 회원에게 추천받은 책, 베스트셀러 등을 읽는다. 때론 개인의 기호에 따라 책을 정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격주 목요일 오후 8시만 되면 회원들은 각자의 고된 하루를 끝낸 뒤 구월동 카페 '고브리토스'로 모인다. 지쳐서 뻗어버릴만도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이자 모임원들과의 끈끈한 의리로 힘을 내 즐거운 마음으로 모인다. 정했던 책을 미리 읽고 이야기 나눌 주제를 정해 늦게까지는 2시간가량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꼭 자신의 책에 총평이나 소감을 짧게 한 문장 적은 포스트잇을 책장에 붙이고 마무리한다. 회원 한 명의 제안으로 지금까지 이어오는 '큰따옴표'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박 모임장은 "혼자서는 절대 2년 넘게 이어올 수 없었을 텐데 운영진과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회원님들 덕분이어서 늘 감사하다"라며 "회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운영 방식 등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독서를 좋아하는 20~30대라면 누구나 블로그(blog.naver.com/gracek1005)나 카카오톡 아이디 'yyds2002'로 문의해 함께할 수 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