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16일로 예정되었던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23일로 미루어졌다. 수능 하루 전인 11월 15일에 경북 포항 부근에서 규모 5.4도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포항, 경주 등의 지역에서는 건물 벽이 무너지고 상점의 유리가 깨지는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지진 직후 교육부는 수능은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 밝혔으나 포항 현지에서 수능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청와대는 수능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에서 수능은 시험을 치르는 학생뿐 아니라 범국민적으로 중요한 시험이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수능을 잘 치러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지만 최소 향후 40년이 보장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벌주의에 근거해 구성되는 한국사회의 적지 않은 면면들은 이러한 생각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라면 수능은 앞으로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일생일대의 관문이기 마련이다. 때문에 문자 그대로 '목숨 걸고'서라도 시험을 치르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수능이란 저마다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나 목숨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 수능이 개인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시험이라면 자연재해에 의한 수능 연기는 물론이고, 수능 자체에 대한 검토가 '국가-국민'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수능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도록 사안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내려야 하는 것은 국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점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수능신화―수능이 인생을 좌지우지한다는 생각을 공고히하는 사회적 위계 및 현상과 관련한 모든 것―'를 넘어서야만 한다. 단 한 번의 시험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일념으로 점철된 사회는 위태롭고 위험하다. 최초의 정부 방침이 지진 위험에도 불구하고 예정 날짜에 수능을 치르겠다는 것이었음만 봐도 그러하지 않은가.

지진 발생과 관련하여 수능이 연기된 것은 다행이나 우리 사회가 수능을 유일한 출구로 여기고 목숨 거는 현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수능을 치르거나 치르지 못하는 것 모두 재난(災難)은 아닐까. 재난의 수능을 넘어서야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