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정산횡포 … 나머지 배분
전염병 발생땐 인건비도 안돼
도내 500여곳 속수무책 당해
政 살처분 보상 후속책 '주목'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경기도내 500여곳의 대기업 위탁 가금류 농장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AI에 감염된 가금류를 살처분 한 대기업 위탁 농장들이 기업들의 횡포에 형편없는 보상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위탁 가금류 농가는 가축 전문 기업와 위탁계약을 맺은 곳으로, 기업이 농가에 병아리, 사료 등 생산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이를 길러 위탁수수료를 받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AI 살처분 보상비를 가축 실소유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AI 사태로 도내 가금류 농가 4700여 곳 중 살처분 결정이 내려진 206개 농가에 1000여억원을 살처분 보상비를 지급했다.

AI 발생으로 정부의 긴급방역조치(살처분)에 따른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해 피해를 보전하자는 취지다.

지급절차는 살처분 한 가축 소유주가 AI 피해규모(살처분) 등을 신고하면, 해당 지자체 등이 검토 후 '보상비'를 실소유주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큰 틀로 보면 지자체 평가 반에서 보상금 평가서를 발급 → 살처분 가축의 소유자가 관할 시·군에 보상금 신청 → 시·도에 진달 → 보상금 지급 순으로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위탁 농가들은 현 보상금 제도는 위탁농가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위탁 농가는 가축 개인소유 농가와 달리 'AI 살처분 보상 업무'를 대부분 기업에 위임하고 있다.

대기업과 계약한 위탁 농가는 살처분 보상비 중 병아리비 등 생산재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상금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이 지자체로부터 살처분 정산을 받은 후 병아리 값 등을 부풀리면 위탁 농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먼저 살처분 보상금을 지급받고, 자체 정산 뒤 위탁 농가에 보상비를 배분하기 때문이다.

화성시 남양읍에서 위탁 가금류 농가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지난해 12월 말 AI 발병으로 토종닭 6만여마리를 살처분 했다.

하지만 AI살처분 보상금 7200여만 원 중 사육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고작 2000만원 정도다.

최씨는"병아리 6만마리 값 약2000만원, 사료값 1200만원가량을 제외한 4000여만원 보상받을 줄 알았지만 나에게 떨어진 돈은 고작 2200만원이었다"며 "기업이 보상비를 부풀려 가로채도 막을 방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AI 발생 농가의 경우 6개월간 재입식도 불가능해 인건비도 안 되는 적은 보상액으로 이중고를 겪는 농가들이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4년 AI대란 당시 국내 대기업 위탁 농가는 147억원 정도의 보상을 받은 반면 국내 축산 기업들이 받은 보상금은 총 372여억원에 달했다.

경기도내 가금류 농가 4700여곳 중 500여농가가 최씨와 같은 위탁 계약 농가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축산전문 업체 등이 AI 살처분 보상금을 제멋대로 정산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살처분 보상금 후속대책을 내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 살처분 보상금 정산에서 드러난 계열화기업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피해 농가에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