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한동안 잠잠하던 교회 세습 문제로 우리 사회가 다시금 시끌시끌하다.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알만한 대형교회에서 얼마 전 아버지에 이어 그의 아들이 담임목사가 되었다고 해서 다른 교회에까지 미칠 파급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아들은 담임목사의 세습이 결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스스로 내걸었던 약속을 저버린 꼴이 된 것은 물론 교회 세습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회법을 버젓이 어겼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욱 곱지 않은 시선으로 웅성거리고 있다. 신도들을 위한 신앙의 전당이 되어야 할 교회가 그처럼 아버지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개인 재산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

교회 세습을 단행한 당사자들이 일찍부터 교회 세습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만 보더라도 많은 이들이 이처럼 걱정할 줄 모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걱정을 무시하고 교회 세습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와 같이 농경을 생업으로 이어오던 사회에서는 아버지와 아들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가 몹시도 끈끈하게 이어온 것이 사실이다.

예로부터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은 이상적인 군주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순임금은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상편에는 아버지가 살인죄를 저질렀다면 어찌 하시겠냐고 순임금에게 묻는 대목이 나온다. 순임금은 자신의 임금 자리를 벗어던져서라도 아버지를 모시고 아주 먼 바닷가로 도망쳐서 숨어 살겠다고 대답하였다. 이것을 두고 우리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살인을 하였더라도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허물을 숨기는 것은 물론 함께 멀리 도망치겠다는 것을 부모에 대한 효도이자 가족 간의 지극한 사랑으로 여기던 것이 우리네 전통이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법을 위반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으면 죄가 된다는 불고지죄(不告知罪)가 오늘날에도 가족 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가 순임금과 같은 이를 효자로 여겼던 전통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난 시절 근대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정을 통해서 부모자식 간 세습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우리는 흔히 요임금과 순임금이 왕조시대 군주였으니 그들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일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실은 요임금과 순임금은 가족관계가 아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에는 자신의 아들이 없지 않았던 요임금이 좀 더 능력이 뛰어난 이를 맞아서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려고 후임자를 찾아 나섰고, 마침내 그 적임자로 순임금이 뽑히게 되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순임금이 그 자리를 넙죽 건네받은 것이 아니라 요임금의 아들에게 재차 사양하고 멀리 피해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 관리들과 백성들이 임금의 자리를 맡아 나라를 잘 다스려 달라며 순임금에게로 모여들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순임금은 임금의 자리를 받아들였고, 이후에도 요임금 시절에 이어서 태평성대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이 시대와 국민을 잘 헤아릴 줄 안다면 국민의 마음 역시 자연스레 그에게로 쏠릴 것이라는 점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