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화재 사고를 잊고 있다가 신문기사를 보고서야 아! 한탄을 내뱉었다. 학교 축제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던 아이들이 한순간 화재로 죽임을 당했다. 그건 '죽었다'가 아니라 '죽임'을 당했다가 맞을 것이다. 거기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이 누군가에게 분명이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보도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주먹을 쥐고 무책임한 누군가를 욕했다. 거기는 내가 수차례 지나다닌 길, 근처에서 밥을 먹고, 통닭을 먹던 곳, 인천의 한 곳이었다. 그 몇 년 전에는 경기여자기숙학원의 화재가 있었다. 또 인현동 화재가 있기 몇 달 전 씨랜드 참사가 있었다. 그리고 세월호가 있었다. 모두 아이들이었다. 한 순간도 죽음을 생각할 수 없는 나이의 아이들. 그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서서히 잊혔다. 추모비의 글씨가 흐려질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누군가의 가슴에는 화인처럼 더 또렷한 증거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다른 대다수의 사람들은 또 잊는다. 아무런 대책이나 방안도 없이 그 일은 희미해진다.
아이들은 여전히 교실에서 오직 더 나은 대학과 학과를 가기 위해, 그것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들여다보고, 어두운 밤, 학교를 나선다. 그 아이들에게 꿈은 저 먼 별처럼 아득하다. 시간이 흘러 이 교실을 벗어날 수만 있기를 바랄 뿐. 그렇다고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아가며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낼 것이다.
아이들 수능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험을 잘 보라고, 원하는 대학, 가고 싶은 학과에 가서 해보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하지만, 그렇게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답답하다. 잘 버텨왔다고, 이제는 성인으로서 네 삶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부끄러운 어른이 이렇게 응원을 할 수밖에 없어 또 부끄럽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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