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의회가 외면한 '시민인권 조례'       
[취재수첩] 시의회가 외면한 '시민인권 조례'       
  • 김신섭
  • 승인 2017.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신섭 시흥지역 부국장
"인권이란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 등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2001년 5월24일 제정·공포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인권'의 정의다.
시흥시가 이를 근거로 인권에 대한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고 시민 실생활에 인권의식이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시민인권조례' 제정에 나섰다. 그러나 상정된 조례(안)은 "주민의 권익신장을 위해 직무를 수행한다"고 선서한 시의회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시 정부는 시민인권 기본조례 제정을 위해 지난 9월 18일 전 시민을 상대로 '인권조례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물론 순수 학부모 등 각계 각층에 종사하는 시민들이 대거 참여해 '시민인권조례'라는 한 주제를 놓고 시민들 간 열띤 의견을 개진했다.

시 정부가 조례(안)발의나 제출에 앞서 이런 시민의 생각을 묻고 들은 그 결과를 조례에 담아 발의(發議)하는 전례는 없었다. 정부가 최근 진행한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묻는 '공론화위원회' 방식보다 앞선 행정이다.

시의회는 시민의 열기를 담은 절차를 밟아 정식 상정된 시민인권 조례(안)을 유의미한 논리가 아닌 궁색한 사유를 들어 걷어찼다. 시민인권 조례(안)은 제252회 시의회 임시회에 시 정부를 대신해 박선옥(다선거구·국민의당) 의원과 이복희(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공동 발의했다. 시 정부가 직접 조례안을 발의할 수도 있지만 기술적 이유를 들어 시의원들이 관련 조례를 발의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 게 현실이다. 시민인권조례안은 18일 본희의 상정을 거쳐 다음날 해당 상임위원회인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심의에 들어갔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20일 재논의를 거쳐 표결했으나 찬성 2명, 반대 3명으로 부결됐다. 상임위 표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 3명 전원이 반대한 것이다. "기구가 편제되면 특정 사람을 앉히는 것 아니냐", "인권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 "도내에 인권조례를 제정한 시·군이 없는데 왜 앞서 가느냐" 등을 제기하면서다.

시의회는 시민을 대신하는 대의기구로서 그의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시의원들이 시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동의하는 규범 제정을 정파적 접근이나 정략적 이유로 외면하면 '소인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