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안양교육청에서 일하던 학교 사회복지사 한 사람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부검결과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현재 밝혀진 사인은 뇌출혈이다. 사회복지사로 오랫동안 교육청에서 일했던 그는 이른바 비정규직이었다. 채용당시 전문가로 우대하겠다던 약속을 믿고 입사했고, 지역공동체와의 가교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가 자기 일에 얼마나 성실한 사람이었는지는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와 지역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근면하고 긍정적이었던 그의 생애는 40초반에 멈춰서고 말았다.

그와 함께 일했거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구동성 그의 죽음이 단순 뇌출혈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 교육경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가해진 박해가 비정규직들에게 집중됐고, 그런 탓에 그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왔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그의 죽음에 미친 영향을 직접 규명하기는 어렵더라도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렇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신념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믿는 '근거 없는 신념'이 사회를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만큼 정의로부터 멀기 때문이다. 수많은 비정규직이 오늘도 공공부문에서 수모와 고통을 견디며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해지는 온갖 '갑질'들은 그대로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정부부처 중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곳이 교육부다. 도서관 사서, 급식실 조리원, 과학실 보조교사, 방과후 교사. 교육부 외에 도청이나 시청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똑같은 자격증을 소지하고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한 전문가라 해도 이들이 받는 처우는 눈물겹다.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직이라 해도 그렇다. 너무 큰 임금격차와 직급제한은 당연시돼 있다.

오는 25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선언했다. 장기근무 가산금을 근속수당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 연간 상승폭을 2만원에서 3만원으로 인상해 달라는 것,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을 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줄여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이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와 실천 의지가 문제해결의 열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