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높이 5.5m보다 훨씬 높게 건설…"도저히 못 넘어올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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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이른바 '트럼프 장벽'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이 맞닿은 미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카운티에 세워졌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시제품 모형(prototype)'이다. 본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장벽의 강도와 재질, 내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카운티 오테이 메사에 세워진 장벽은 모두 8개로 높이는 약 30피트(9.15m)에 달한다. 장벽 바로 뒤편은 멕시코 티후아나다.

장벽의 최소 높이는 18피트(5.5m)로 규정됐지만 시제품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2배 가까이 높게 만든 장벽을 선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저히 넘어올 수 없을 정도의 충분한 높이'를 원한다는 사실이 사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장벽 시제품 중 4개는 강화 콘크리트로 제작됐고 다른 4개는 강철과 콘크리트를 섞어 만들었다. 그 중 1개는 위쪽에 뾰족한 쇠못을 일렬로 박았다.

밧줄과 사다리 등을 동원하더라도 쉽게 넘기 어려운 높이지만, 거기다 쇠못까지 박아 불법입국을 시도하는 자들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장벽은 지하로도 6피트(1.8m) 정도 파고 들어가 지반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대형 해머나 산소용접기를 사용해 4시간 넘게 작업해도 부서지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져야 입찰을 따낼 수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미시시피, 메릴랜드, 앨라배마, 텍사스, 애리조나 등 5개 주에서 지원한 6개 건설업체로부터 시제품 설계도를 제출받았다.

이달 말까지 모형이 완성되고나면 CBP 측이 정밀 평가를 거쳐 시공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평가는 세 가지 기준으로 이뤄진다.

CBP의 샌디에이고 지부 책임자 로이 비야럴은 "첫째 넘기 어려워야 하며, 둘째 관통하는 것도 불가능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지하 터널을 파서도 통과할 수 없는 구조여야 한다"면서 "민간기업들의 기술력을 빌어 국경보안의 새로운 진화를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모형 작업이 진행 중이다"라고 트윗을 올렸다.

하지만, 의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장벽 건설 반대 움직임이 만만찮고 예산을 따내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은 트럼프의 국경장벽에 120억∼150억 달러(약 13조6천억∼16조9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예산 추정치는 120억 달러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74마일(약 120㎞) 구간의 국경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16억 달러의 예산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