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익어가는 가을산 노랗게 피어나는 웃음꽃
▲ 붉게 물든 단풍 잎이 드리워진 강화 고려산의 고려궁지.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 노랗게 물든 계양산의 느티나무 숲길. /사진제공=계양구
▲ 청량산 정상의 범선 모양의 전망대.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 울긋불긋 물든 문학산. /사진제공=남구

길지만 찰나 같았던 황금연휴가 지나 모두들 시름시름 후유증을 앓으며 주말만을 손꼽고 있다.

그렇다, 지친 심신을 달래줄 무언가가 간절하다."반갑다 가을아!" 주위를 둘러보자. 울긋불긋 온몸을 화려하게 치장하기 시작한 나뭇잎들이 손짓한다. 높은 산을 올려다보자. 싱그러운 초록빛은 잠시 물러나고 넘실넘실 황금빛이 물결치며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단풍 나들이 시즌이 다가왔다. 1년 중 가장 눈을 즐겁게 하는 기간이 아니던가. 올해는 9월 말 설악산을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10월10~20일쯤 그리고 인천은 오는 29일 전후로 완연한 단풍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천히 온몸으로 단풍을 느끼며 산에 올라보자. 숨이 가파오고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지만 눈앞에서 손에 닿을 듯 가까워 오는 정상과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 발길을 이끈다. 별도의 전문 등산 장비 없이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오를 수 있어 더욱더 친숙한 인천 산으로 가 단풍과 가을을 만끽하자. 익숙하지만 가을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인천 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고려산
4월마다 열리는 진달래 축제만으로 강화 고려산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해발 436m로 마니산과 함께 강화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보물 산이기 때문이다. 봄이면 분홍빛으로 물드는 약 20여만 평의 진달래 군락지가, 가을이면 능선을 따라 은빛 억새가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 절경을 자랑한다. 억새 풍경이 일품인 낙조봉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은 강화 8경 중 하나로 꼽을 정도다.

고려산은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이 태어났다는 전설을 품고 있으며, 옛 명칭은 오련산이었다. 장수왕(416년) 때 천축국 스님이 이 산에 올라 다섯 색의 연꽃이 피어있는 오련지를 발견하고 다섯 송이의 연꽃을 나려 사찰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적, 백, 청, 황, 흑색의 연꽃이 떨어진 자리에 세운 것이 바로 적련사, 백련사, 청련사, 황련사, 흑련사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일부 사찰이 고려시대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에 닿으면 가쁘게 몰아쉬던 숨이 어느새 탄성으로 바뀐다. 물감을 쏟아놓은 듯 사방이 붉은 빛으로 채색된 풍경은 그간의 수고를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고려산 등산 코스는 5개다. 1코스는 고인돌광장, 2코스는 국화리 마을회관, 3코스는 고비고개, 4코스는 고천리 마을회관, 5코스는 미꾸지고개에서 출발하며 각각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등을 거쳐 정상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1코스는 누구나 무난하게 오를 수 있으며, 1
시간20분 정도 소요된다.

하산한 뒤 조금만 이동하면 고려궁지, 철종의 잠저인 용흥궁, 최초의 한옥식 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청량산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이 잘 어울리는 청량산. 172m라는 낮은 해발과 송도 신도시 등 대규모 매립에도 불구 서해와 가깝기에 정상에서 보이는 조망이 매우 뛰어나다.

연수구에 위치한 청량산은 '산세가 아름답고 좋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일제 강점기 제작한 관광지도에는 청량산을 '송도 금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경치가 좋았다고 한다.

산의 남쪽과 북쪽엔 각각 사찰 흥륜사와 호불사가 있다. 청량산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가 흥륜사로부터 오르는 길이다. 흥륜사를 둘러본 뒤 계단을 따라 오르면 10분도 채 안 돼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엔 전망 데크가 설치돼 인천대교와 송도유원지와 신도시 일대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정상석이 있는 팔각정 부근에선 바다 건너 저 멀리 시화 지구와 오이도, 대부도까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정자에서 조금만 내려가 범선 모양의 전망대도 들러 곳곳을 살펴봐도 좋다.

전망대 방면으로 쭉 내려오면서 시립박물관과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들러 인천의 역사를 공부하며 등산을 마무리해도 좋겠다.

등산로가 가파른 편이어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지만 소요시간이 짧은 코스라 가볍게 오르기에 좋다.

▲계양산
해발 395m의 계양산은 강화도를 제외하면 시내에선 가장 높은 산으로, 전국 200대 명산에도 '계양산의 둘레길'이 올랐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등산 장비 없이도 무리 없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데다가 코스가 다양해 많은 등산객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산의 동쪽 능선에 있는 계양산성은 삼국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일명 '고산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흙길이 잘 다듬어져 있는 계양산 둘레길은 샛길을 포함해 등산로와 산책로가 11개나 있어 각자 컨디션에 맞게 골라 걷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삼림욕장도 가을철 아름다운 단풍과 어우러져 걸으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계양산은 등산로와 숲 탐방로, 치유의 숲, 장미원 등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 나들이 장소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 치유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얼마나 올랐을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다보면 어느새 정자를 지나 정상이 코앞이다. 계양산은 선물이라도 주듯 서쪽으로 영종도, 강화도 등 크고 작은 주변 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날씨가 좋으면 동쪽으로는 김포공항을 비롯한 서울 시내전경이, 북쪽으로는 고양시가지가, 남쪽으로는 인천 시내가 펼쳐져 모두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문학산
인천시 남구와 연수구의 경계를 이루며 걸쳐 있는 문학산은 산봉우리가 마치 사람이 배꼽을 내놓고 누워 있는 형세라 예전엔 '배꼽산'이라 불렀다. '봉화둑산'이라고도 불렸는데 정상에 봉화대가 있어서란다.

또 옛 문헌엔 고을 관아 남쪽의 안산으로 여겨 '남산', 학이 날개를 편 형상이라 '학산', 산성이 있어서 '성산'이라고도 쓰여 있다.

해발은 217m로 그리 높진 않지만 산의 지형이 우뚝하고 전망이 좋은 산이다. 삼국 시대에 구축했던 문학산성이 터로 남아있고, 고려 시대엔 문학사라는 절이 있었으며, 조선 숙종(1702년) 때 이 산에 학산서원이 생기면서 학산으로 불렸다가 이후 문학산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산 모습이 마치 학이 양 날개를 펴는 형국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문학산의 능선을 걸으려면 수인선 송도역 앞에 나 있는 문학산 길을 따라 나서면 된다. 능선까지 오르는 돌계단, 나무계단은 숨을 가쁘게 하고 허벅지를 뻐근하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산 공기에 호흡도 안정되고 덜 힘들 무렵 푹신한 능선길이 펼쳐진다.

다행히 다른 산에 비해 경사가 그렇게 높지 않고 길도 울퉁불퉁하지 않아 초보자는 물론 온 가족이 오르기에 딱이다.

지난 50여년간 군부대가 주둔해 접근이 제한됐다가 지난 2015년 시민 품으로 돌아온 정상에 오르면 문학경기장과 그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망 안내도를 보고 눈에 보이는 곳이 어디인지 찾는 재미는 덤이다. 인천대교를 비롯해 자월도, 인천국제공항, 계양산, 인천시청 그리고 저 멀리 남산까지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도 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