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섭 경기본사 문화부장
지금부터 80년 전인 1937년 10월. 연해주에 살던 한민족 17만명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화물기차에 태워진다. 이들이 한 달 넘게 죽음의 고비를 넘겨가며 당도한 곳은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벌판.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가장 비극적인 역사인 고려인 중앙아시아 강제이주의 시작이었다.
고려인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80년을 맞아 인천일보 취재팀은 지난 9월20여일 동안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취재했다.

고려인이 처음 도착한 곳은 카자흐스탄의 우슈토베다. 고려인들은 이곳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전 지역으로 흩어졌다.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서쪽 끝인 아랄 해 부근까지 이어졌다.
허허벌판에 버려진 고려인은 절망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강인함과 지혜로움은 마침내 황량한 벌판을 옥토로 만들었고, 학교를 지어 후대를 양성했다.
그리고 80년이 지난 오늘, 중앙아시아 소수민족 중 단연코 으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곳에는 아직도 당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려인 이주 1세대들이 생존해 있다. 거의 대부분 90대 전후의 고령인 이들에게선 인터뷰 내내 점차 가물거리는 한국말과 어릴 적 기억을 기억해 내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도시로 떠난 젊은 세대들과 강제이주 초기 고려인을 도운 현지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목도할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옛 소련기록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은 약 17만명에 이른다. 카자흐스탄에 9만5427명, 우즈베키스탄에 7만3990명,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510명 등이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아랄 해까지 이어진 총 7000㎞의 길. 그 길은 곧 고려인의 삶이자 디아스포라 80년의 역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들의 디아스포라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서 대도시로, 다시 한국과 미국 등 외국으로 떠나고 있는 추세다.
고려인뿐만 아니다. 구한말 만주로 이주한 수백만의 중국 조선족도 고려인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00년대 초 인천 제물포를 떠나 하와이로 이주한 한민족도 현재 멕시코와 쿠바 등지까지 흩어져 있다. 최근에는 북한 탈북민들도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직 비극적인 한민족 디아스포라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