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인천시의 200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이 송도신도시에 철책선 설치 등을 위해 당초 예산 2조8천1백30억원보다 2천8백12억여원이 증액된 약 3조1천억원으로 편성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며 다시 한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송도신도시의 바닷가 경비를 위한 철책선 공사비 69억5천4백만원의 책정은 영종도의 철책선 문제와 함께 군과 지역사회가 보다 깊은 논의후 정리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나라의 많은 해안은 서해와 동해를 포함하여 북한의 비정규전을 대비하여 삼엄한 철조망으로 격리되어 있다. 수시로 일어나는 간첩의 침투와 군사 작전상 국가의 안보를 위해 우리는 이러한 철책선을 지난 수십년 동안 이의 없이 받아들여 왔다. 특히 인천지역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수도권의 관문으로서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바다에 인접한 도시이면서 바다를 포기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인천지역의 일부 시민단체들이 인천바다의 인천시민에 환원을 주장하며 바닷가 철책선의 일부 철거를 주장하였고, 시의 노력으로 연수구의 해안도로 옆 아암도 공원은 낮 시간이나마 시민들이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현재 인천시민이, 서울시민이 인천지역에서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가?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는 바닷물을 만지지는 못하지만 볼 수는 있고, 소래포구에서는 시냇물과 같은 좁은 바다를 볼 수 있고, 아암도 공원에서는 경치는 그렇지만 바닷물을 직접 만질 수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닌가? 답답한 마음에 차를 타고 바닷가 도로를 달려도 도로 옆 둔덕에, 나무에, 철조망에 바다를 볼 수 없고, 바다를 느낄 수 없는 바닷가 도시 인천. 2백60만의 인천시민에게, 1천2백만의 서울시민에게 이렇듯 철저하게 바다를 격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우리는 국가의 안보를 위한 군의 노력과 충정을 이해한다. 아무리 안보환경이 변하더라도 철통같은 경계가 국가의 안녕을 위한 초석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수차례 송도신도시의 매립지 끝 바닷가에 서 있을 기회가 있었다. 그래도 깨끗한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바다와 같은 바다가 내 옆에 놓여 있었다.
 앞으로는 안산과 영종도와 몇몇 섬이 원을 그리고 있었으며, 뒤로는 송도의 청량산이 아늑한 배경이 되고 있는 광활한 매립지가 인천의 미래를 약속하고 있었으며 사람의 호연지기를 키워주었다. 그래 이곳이 정보화의 신도시가 될 송도이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오늘 접한 인천시의 추경예산 내역은 철조망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신도시의 모습을 연상시켜 나를 씁쓸하게 한다. 우리에게 철조망을 대신할 대안은 없을까?
 서해안은 동해안과 다르다. 밋밋한 동해안과 달리 서해안은 많은 섬과 해안의 굴곡이 호수와 같은 만을 만든다. 물리학에서는 이렇듯 굴곡이 심한 해안의 경우 모양이 복잡하지만 일정한 패턴의 반복이라는 카오스 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해안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반복되는 패턴의 중심이 있고, 그 중심을 송도신도시라 본다면 어떨까? 우리는 복잡한 해안을 따라 철책을 설치하는 미시적 방안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종도의 서북쪽 해안과 인천 앞바다의 섬과 안산시의 서남쪽을 잇는 직선적이고, 거시적인 방어전략이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더 효율적이지는 않을까? 과거에 비해 많은 첨단장비와 현대화된 군사력을 지닌 우리가, 지난 50년간 해안에는 안보를 위한 철책선이 있었으니 새로 형성되는 해안으로 이 철책선이 이동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관성에 빠진 것은 아닌가? 송도신도시의 경우 이제 2, 4공구가 매립되어 있으며 향후 6, 7년간 단계적으로 매립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이 형성되는 단계별 매립에 따라 새로운 철책을 설치하는 우를 범해야 하는가.
 21세기 초반은 지방화, 정보화와 더불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제라도 군은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국가안보를 보장하고,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발전과 행복의 추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향적이며 거시적인 해안경비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