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송영무 국방장관에 대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문정인 외교·통일·안보 특보를 비판한 데 대해서다. 그러나 대통령이 해외 출장 중인 가운데 청와대가 현직 국방장관에 대해 그런 조치를 내린 것을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워한다. 그렇다면 문 특보의 과거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필요없다는 말인가. 송 장관만 질책한다면 문 특보의 발언들이 정책방향이라는 얘기인가.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군의 수장에 대해 전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를 드는 사태는 과연 적절한 것인가. 지금 이 나라의 안보가 어떤 상황인가. 이 난국을 맞아서도 무(武)를 경시하는 우리 정치의 오래된 병폐가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송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의 전쟁 지휘부를 겨냥한 참수(斬首)부대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누란의 위기를 맞은 국군 수장의 당연한 대처다. 그러나 문 특보는 이에 대해 "북한을 자극하는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송나라 때 거란족이 세운 요(遼)나라가 쳐들어 왔을 때를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송나라 문신들은 상소를 올려 "우리가 신식 무기를 만들어 군대를 무장시키는 등 요나라를 자극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사드 때문에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도 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막인 사드 배치조차 반대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북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핵 개발에 몰두해 온 목표를 미리 알아서 갖다 바치자는 얘기다. 문 특보가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 문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발언들이 논란을 빚을 때마다 청와대는 '개인적 견해'라며 넘어갔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비판한 것이 이번 '엄중 주의 조치'의 전말이다.

개인적 견해가 중요하면 특보 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 청와대는 전군의 수장을 공개리에 질책하기 전에 문 특보의 특보 직부터 거뒀어야 맞다. 군의 사기와 통솔의 문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