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수 문학박사·동산중 교감
▲ 월미산 월미돈대의 모습
2016년 3월 28일 중국인 관광객 4천500명이 참여한 월미도 '치맥파티'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인천시는 중국의 한 그룹 포상관광을 유치하고 대규모 치맥파티를 개최해 화제를 낳았던 것이다. 물론 최근 국내외 정세의 변화는 이와 같은 행사가 지속되지 못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기억조차 쉽게 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부터 월미도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 특히 월미도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바닷물을 데워 목욕물로 사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조탕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932년 인천교육회에서 간행한 <인천향토지(仁川鄕土誌)>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 <역주(譯註) 인천향토지>, 2005, 387쪽)에 당시 이곳이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어 주목된다.

"외로운 섬 월미도는 육지와 접하는 도로의 준공에 의해서 정기버스의 운행 및 차량의 자유로운 이동, 전등조명은 외진 마을을 휘황찬란한 빛의 섬으로 만들었고 전화 및 우편에 의한 통신, 상수도의 음용이 가능하게 되어 황량한 일대의 황폐한 마을은 개척되고, 조선 전체에서 볼 수 없는 대욕장이 의연하게 창공에 우뚝 솟아 바닷물에 비추고 여기에 부수되는 많은 새로운 시설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단연 면목을 일신하여 경인시민으로 하여금 여름의 파라다이스가 실제로 나타났다고 환호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월미도는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물론 광복 이후 이 유원지 시설을 종업원들이 인수하여 운영하다가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월미도관광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옛 명성을 다시 찾고자 노력하기도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6·25전쟁으로 인해 이곳은 공터로 변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말 월미도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한편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월미랜드 뒷편에는 해발고도 108m의 월미산이 있다. 이곳에 오르면 여기가 일찍이 군사 요충지로 인식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조선시대 이곳에는 큰 난리를 대비한 비밀행궁과 해안 방어를 위한 포대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일본군과 러시아군의 저탄장이 있었다.

과거에 증기기관을 이용하던 큰 군함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였으므로 주요 항로 항구 주변에는 대규모 석탄 저장소인 저탄장이 필요하여, 이들은 여기에 그것을 마련했던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 중 인천상륙작전의 격전지였던 월미산 일대는 1951년 이후 약 50년 동안 군 주둔지였다. 이곳에는 해군함대사령부가 있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1년 그것이 평택으로 옮겨가면서 18만여 평의 월미산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월미산을 시의 소재나 배경으로 취하고 있는 작품에는 박영근의 <월미산에서>와 유정임의 <월미산>, 정민나의 <월미산> 등이 눈에 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제 나는 총부리를 겨누고 생의 해안선을 살피지 않는다/마음 놓고 드나드는 봄 햇살에 몸을 맡기고/새 날개짓 소리에 나무 이파리를 흔들 뿐/부동의 자세로 서 있던 군경도 사라지고/숲 안쪽 군막사도 텅 비었다/텅 빈 채 열려 있어 나는 바람과 함께/드나드는 추억의 그림자를 이끌고/순환로를 따라 돌아간다/서해의 개방과 함께 들어오는 화물선/차곡차곡 쌓인 물건들이 빛나는 아침/정상에서 환하게 다 보인다/환하게 나 열려 있다 - 정민나, <월미산> 부분(『꿈꾸는 애벌레』, 배꼽마당, 2003, 26~27쪽)

인용한 시와 같이 월미산을 소재나 배경으로 취하고 있는 3편의 작품에서는 과거 폐쇄된 현실 상황은 불신을 초래하여 사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했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렇지만 월미산의 개방은 시인들로 하여금 믿음을 회복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도 파악할 수 있다. 더욱이 월미산의 개방과 함께 달라진 현실 상황은 시의 화자 마음까지도 열어 놓았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월미산을 시의 소재나 배경으로 취하고 있는 작품들에서 진정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평안한 우리의 미래 모습까지도 떠올려 볼 수 있을 때는 언제일지 그날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