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체육진흥에 힘써야 할 대한체육단체들이 비상식적으로 선수를 선발해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두 번 울렸다. 대한장애인탁구협회는 국제장애등급이 없는 선수 일부를 국가대표로 발탁했다. 이 바람에 지난 달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7 중국 아시아지역선수권대회'에서 국제장애등급 없이 출전한 국가대표 남녀 3명 모두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안았다. 모든 게 어처구니 없는 장애인 국가대표 선발 규정 변경에서 비롯됐다.

국제장애인등급은 공인된 국제등급 분류심사를 통해 부여된다. 이 대회에 출전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 3명은 지난해 12월 국제등급이 없는 신분에서 국가대표에 발탁돼 자격 논란을 불렀다. 협회가 국내 대회 1년 치 랭킹점수를 합산해 국가대표를 발탁하던 선발 방식을 단 1경기로 뽑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한 탓에 일어난 일이다. 새로운 규정으로 랭킹1위 선수들이 컨디션 난조 등으로 줄줄이 탈락했다.

당시 협회는 이들이 베이징 대회 직전 현지에서 국제장애등급을 받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남자 단식 10체급 국가대표로 나선 선수는 중국 현지에서 국제장애등급 9체급을 받았고, 9체급 국가대표 선수는 10체급으로 뒤바뀌는 등 큰 혼란을 초래했다. 결국 국제장애등급 없이 국가대표에 뽑혔던 남자 2개 체급과 여자 1개 체급 선수 3명 모두 예선 탈락했다. 오히려 자부담으로 출전한 선수 3명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국가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감독과 코치 없이 출전한 경기도 대표 신승원 선수는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한 체급이었던 남자 단식 9체급에서 자부담으로 출전해 사상 첫 동메달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체육계의 우려를 무시하고 새로운 선수 선발 규정을 '누가', '왜' 강행했냐는 것이다.

이번 장애인탁구협회의 일이 단순히 체육행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나 실수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장애인 체육인들은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위를 선양해도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들이 공정한 선수 선발을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체육행정도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