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23일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국지엠 사업재편 움직임에 따른 토론회'에 참석한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GM글로벌 네트워크의 변화와 한국지엠의 발전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한국GM 철수설에 한국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GM의 본사가 있는 부평은 물론 군산, 창원지역에서는 종사자뿐 아니라 부품업체, 지역사회가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GM 관련 긴급 토론회를 개최한 인천지역 10개 군수·구청장협의회는 '범시민 쉐보레 구매운동'을 제안하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한국GM 노동조합과 간담회를 갖는 등 지역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 한국GM 입장 표명, 그러나 지역에서는

철수설은 예전에도 나오긴 했지만 오는 10월16일 GM 본사의 한국GM 보유 지분 매각 제한 해제 시점이 다가오면서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분 17.2%를 보유한 KDB산업은행까지 공식 보고서를 통해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한국GM은 28일 홍영표(민·부평 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개최한 '모든 위기는 기회다 : GM 해외시장 재편, 오해와 진실' 토론회에서 'CO₂ 환경정책, 수출시장 관세인하, 신기술 혁신을 위한 정부 지원' 등 자동차 업계와 정부 간 협업을 강조했다. 비록 서면이기는 하지만 GM철수설이 제기된 이후 한국GM 최초의 공식입장이다.

한국GM은 이날 토론회 자료집 서면을 통해 "한국GM은 GM의 자동차 제조, 디자인, 설계를 담당하는 중요한 글로벌 허브"라면서 "GM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성과 사업성과, 장기성장기회를 강화할 수 있는 시장에 존재하고 있으며, 한국GM도 이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GM의 수익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장기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CO₂ 환경정책이나 관세인하와 같은 무역장벽을 해소하는 것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와 같은 신기술 혁신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 등이 자율자동차, 커넥티드 차량과 같은 미래자동차산업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한국GM 철수설 실체를 규명하고 한국GM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주장도 제기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GM은 북미시장의 이익을 통해 여타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영성과가 지난 7년 동안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부실 자산의 매각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생산 효율성 제고 ▲연구개발 투자 성과 제고 ▲새로운 수출 전진기지로 재탄생 등을 한국GM 발전방안으로 주장했다.

한국GM 노조를 대변해 참석한 안재원 금속노조 연구원은 산업은행-GM 합의서 공개를 필두로 산업은행의 대주주 역할 강화, 한국GM 투명경영 도모를 위한 정부와 노동조합간 대화를 요구했다.

이날 홍영표 의원은 "한국GM 위기와 철수설을 부추기는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정 관계였다"면서 "노조, 회사, 정부가 서로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 계획을 내놓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져야 고질적인 한국GM 위기설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노동환경에 대한 왜곡을 경계하는 가운데 GM본사가 지속가능한 생산물량 확보 등 장기적인 발전전략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3일 인천지역에서도 인천지역 군수구청장협의회가 '한국GM 사업재편 움직에 따른 토론회'를 개최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윤석진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한국GM이 인천의 앵커기업이고, 실질적으로 기업 500여개가 자동차와 관련해 존재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지역 전체 고용의 12~13%를 차지하고 있다"며 "인천의 자동차산업 전체가 기술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캡티바, 말리부, 트랙스 등 승용차와 SUV 차량을 생산하는 한국지엠 부평 공장(99만1천㎡)은 인천의 앵커 기업이다. 1·2차 협력업체를 비롯한 기업 500여 곳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부평공장에서 직접 고용한 인력만 1만여 명으로 인천지역 내 1차 협력업체가 고용한 인원은 2만6000여명에 달한다.

인천발전연구원은 한국GM이 인천 부평구의 지방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유제홍 의원은 "한국GM의 2002년 주주단 계약서, 10년 장기 발전 합의서가 시민사회단체나 기관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인천시가 한국GM에 제공한 청라 자동차 시험장 부지 등 그간 보여왔던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대우차 살리기 운동 등, 지역경제계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했던 일들이 예전에 있었는데, 2010년 이후로는 이런 분위기가 전혀 없다. 한국GM의 지속발전을 고민해야 한다"며 "한국GM과 맞물려 항공·항만·자동차산업의 융합 발전, 자동차산업만 있는 공단구조 변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연대전략 등이 지역사회에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 카허 카젬 신임 사장 및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일 취임 일성으로 "새 업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우선 회사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고, 우리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일단 회사 안팎에서 일고 있는 한국 시장 철수 우려에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 인천항 위기감 고조

한국GM은 2002년 대우차에서 GM으로 인수된 이후 글로벌 GM의 소형차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2011년 1월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다시 '쉐보레' 브랜드로 사명 변경 이후 대우와 완전히 결별하고 GM으로 전환됐다. 2013년 한국GM은 한국GM 경쟁력 확보 및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한국GM은 2003년부터 완성차 기준으로 내수 보다 수출이 2~3배 많은 구조로 연간 60여만대의 생산해 왔다. 반조립방식(CKD)으로는 2012년 128만대를 수출하는 등 유럽시장에서 쉐보레가 철수하기 전까지 연간 100대 이상을 수출해 왔다.

GM 한국 철수는 곧 인천항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인천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한국GM과 관련한 부품 수출·입이 연간 물동량 기준으로 한때 10만TEU(6미터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근접하다 최근에는 5만TEU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부품 관련 원자재 수입 및 완성 부품 수출 보다는 무엇보다 RO-RO 방식의 신차수출이 CKD 포함 23만대 내외가 사라져 인천항에 완성차 수출·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인천항 관계자는 "GM부품 현지화 전략으로 부품 수요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지만 완성차 수출·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인천항을 감돌고 있다"며 "현재 인천항에 완성 수입차를 싣고 오는 자동차 전용 선박이 신차 수출물량을 싣지 못하면 평택항 등으로 노선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