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평택호를 가로지르는 평택국제대교(가칭) 상판 4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붕괴사고는 최근 들어 겪은 사고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공사중인 노동자 42명이 휴식중에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만약 완공 뒤 벌어졌으면 상상하기도 싫다. '제2의 성수대교 붕괴' 같은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가. 언론에서는 올해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우중(雨中) 공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평택시는 부실공사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평택국제대교 붕괴에 따른 국도 43호선의 통행을 통제했다. 무너져 내린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수습하는 데도 최소 1주일 걸린다고 한다. 43번 국도의 재개통 여부도 그 이후에나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인명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후진국형' 다리 붕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1994년 10월21일 서울 성수대교 붕괴사고 악몽 이후 더이상 후진국형 붕괴사고의 발생을 막으려고 노력해 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아 공사중인 대형교각 붕괴 사고를 또다시 겪으면서 국민들 마음속 깊이 내재된 '붕괴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사고 현장에서는 교각을 먼저 시공한 뒤 육상에서 제작한 상판을 한쪽에서 고정해 압축장비로 밀어넣어 교량을 건설하는 ILM 공법을 처음 적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고 원인을 놓고 의견이 여러 갈래다.

정부와 평택시는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또한 평택시의 공사현장 감독권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시공 과정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 부족의 책임도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만 1300억원이다. 모두 시민의 혈세다. 앞으로 복구하는 데도 추가적인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교 건설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재시공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자칫 밀어붙이기 식으로 공사를 재개한다면 이 다리는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