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식 군포지역 부국장
1960년대 초 탄광촌이던 헤이 온 와이(Hay On Wye)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변신한 때는 옥스퍼드대 출신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라는 청년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고향 마을 전체를 헌책방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1961년 처음 시작한 헌책방. 주민이 고작 1500명 남짓한 이곳에 매년 수십만명이 방문하며, 한 해 매매되는 헌책만도 100만부를 넘는다. 그가 헤이 온 와이의 '왕'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1976년 만우절에 영국 전역에 헤이 온 와이 독립을 선언하고 자신을 왕으로 추대했다. 1988년부터는 매년 5월 '헤이문학축제'가 열린다. 국가문화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2004년 부스는 관광업의 MBE(대영제국의 훈작사)를 받았다.
징검다리 4선 출신인 김 시장은 민선 2기 첫 취임과 동시에 고민을 시작했다. 군포는 서울의 위성도시로 뚜렷한 특산물도, 유명한 전통문화도 없다. '어떤 정체성을 확립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지 않고는 시정의 청사진을 그릴 수 없었다. 숙고 끝에 찾은 신 성장동력은 바로 '책'이다. 책과 함께 지식의 풍요로움 속에서 삶의 활력이 넘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독서문화정책을 전담하는 국 단위 행정조직을 만들었다. 2014년 전국 독서문화축제인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유치했고, 그 현장에서 정부로부터 '제1호 대한민국 책의 도시'로 지정됐다. 2015년 3월에는 '책나라 군포'의 개국을 선포했다. '책 대통령'이 탄생한 셈이다. 2015년 5월 '헤이문학축제' 때 김 시장 일행을 자기 집으로 초대한 부스는 같은해 9월 김 시장 제안으로 '2015 군포독서대전'에 답방하면서 또 한 번 책으로 만났다.
부스는 자서전 'My King of Books'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헌책의 새로운 정의를 아십니까? 대형마트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 그렇기에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그게 바로 헌책입니다." 고서점을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고 책마을을 개발한 아이디어와 이를 실행에 옮긴 용기 있는 대목이다.
김 시장은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는 나는 노동자였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에서 언급했다. "세상에는 책과 통하지 않는 게 없다. 사람의 멘토가 되기도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세상살이의 지혜를 주기도 하고 내면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한다." 책읽는 도시를 향한 그의 의지는 각박한 우리세대를 정화하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함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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