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우리들만의 물놀이장이 있었다. 수도국산과 이어져 한때 채석장으로 사용되었던 작은 산이 있었다. 우리는 그냥 '돌산'이라고 불렀다. 여름철이면 이 돌산에 천연 풀장이 만들어졌다. 비 오고 나면 깊게 패인 돌 웅덩이에 물이 고였다. 깊은 곳은 한 길도 넘었다.
우리는 적당히 데워진 물속으로 뛰어들며 물놀이를 했다. 인근 염전에서 멱을 감은 후 이곳으로 올라와 민물에 몸을 담그고 소금끼를 빼곤 했다.

몇 년 전 인천 동구청은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옆에 물놀이 시설 '또랑'을 만들었다. 워터터널, 유아풀 등을 갖춘 작은 워터파크다. 동네 아이들은 물론 멀리 사는 아이들도 원정을 올 만큼 인기가 좋다. '또랑'이란 이름은 또랑또랑한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시골 시냇가(도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물놀이 시설을 처음 보자마자 어릴 적 돌산의 물웅덩이가 생각났다.

동구청은 겨울철에는 동인천역 북광장에 스케이트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유료 입장객이 하루 평균 120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개장 한지 2년 만에 '인천에서 가고 싶은 명소' 4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될 만큼 '핫'한 장소가 되었다. 여름철(夏)의 도랑, 겨울철(冬)의 스케이트장, 이른바 '하또동스'는 동구의 히트상품이 되었다. 이외에도 동구청은 꿈엔뜰 키즈랜드, 동구랑 스틸랜드, 실감콘텐츠체험관 탐 등 어린이를 위한 시설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봄 동구청은 배다리 관통도로에 주민들이 조성한 '생태놀이 숲'의 놀이기구를 철거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얼마 전 이흥수 동구청장은 아동친화도시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스위스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스위스 민주주의는 '협화 민주주의(concordance democracy)'라고도 불린다. 대립, 반목, 갈등하는 게 아니라 민·관이 정책을 공동으로 발굴해서 함께 책임지고 운영하는 게 골격이다. 주민과 동구청이 머리를 맞대면 또 다른 '하또동스'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랑또랑한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