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사회부 기자
이달 23일 오전 8시30분.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일요일 아침 늦잠을 깨웠다. 몸을 일으켜 커튼을 젖히자, 믿을 수 없게 퍼붓는 비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빗물은 길을 따라 강을 이뤘다. 어떤 시민은 우산을 쓰고 힘겹게 무릎까지 차오른 물살을 헤쳤다. 차가 멈추자, 길 한가운데 차를 버리고 몸을 피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인천 전역에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100㎜ 남짓의 폭우가 쏟아진 결과였다.
물 폭탄이 휩쓸고 간 뒤 거리에는 비릿한 뻘냄새와 함께 양수기를 찾아 아우성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인천 남구에 10여 년째 살며 비가 쏟아지면 으레 마주했던 풍경이다. 길 건너 빌라의 반지하방을 들여다보니, 구릿한 흙탕물이 허벅지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어떤 집 주인은 구청 공무원에게 이게 뭐냐며 소리를 쳤다. 망연자실 바닥에 앉아 쉬는 사람도 보였다. '반지하에 살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철없는 안도와 거리에 가득 퍼진 하수구 냄새가 함께 찾아왔다.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모두 원도심에 집중됐다. 경인전철 인천역~부평역 동서노선과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나들목(IC)~도화IC 남북 구간 주변에 형성된 빌라촌, 남동구 예술회관역~인천구월공동주택지구 일대, 남구 인하대학교 주변의 피해가 컸다. 특히 2만1000여세대의 반지하 주택들이 집중적으로 물에 잠겼다. 신도심은 잘 갖춰진 도시기반시설 덕분에 대부분 수해를 피했다. 어찌 보면 집값이 싸고 어디 다른 곳으로 갈 여력이 없어 원도심에 사는 서민과 빈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가끔 지긋지긋한 원도심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원도심의 한 건물 옥상 위에서 2.5t의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보도됐을 때, 그 건물이 집에서 생각보다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랬다. 송도에서, 청라에서, 번쩍번쩍한 아파트에서, 깨끗하고 비가 퍼부어도 안심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가난이 발목을 잡아끈다. 하루 살기 바쁜 원도심 사람들에게 수억원짜리 아파트는 꿈꾸기 어려운 성채에 가깝다. 다른 건 몰라도 재해·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빈부에 따라 어그러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기관이 어떻게든 지켜줘야 할 기본권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