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세월은 참 '화살'같이 지나간다.
그러나 해양경찰에 있어서 시간이란 참 더디고 고통스러운 것이었을 게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조직이 해체되면서 죄인 같은 심정으로 수년을 보내야 했던 것이 바로 해양경찰이다.
구조 현장에 없었던 해경직원들조차 트라우마를 겪으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니 말이다. 조직이 무너졌다는 안타까움에 앞서, 어린 생명들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해경을 상처 투성이로 만들었다.
2014년 11월18일 해경해체 전날 역시 아수라장이었다. 60여년이라는 역사를 접어야 하는 해경 마지막 날은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 퇴임식으로 변색됐다.

해경직원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각오를 다지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이런 해경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2017년 7월26일 부활한 해경 첫날 아침은 3년 전과 사뭇 달랐다. 성대한 행사는 결코 없었다. 그러나 해경해체 이유를 잊지 말자는 듯 각오를 다지는데 열중했다.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깃발이 내려오고 중부해양경찰청 깃발이 올라가는 그 순간 모두가 숨을 죽여야 했다.
이원희 중부해양경찰청장은 국민들 덕에 다시 새롭게 태어난 해양 경찰 역할을 강조했다.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고 이겨낸 해경이 대한민국 해양주권을 확고히 수호하고 엄정한 해상공권력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 신뢰가 없으면 해양경찰 존재의미도 없다는 각오로 국민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갈 준비를 하자고 당부했다.

올 1월 첫발령을 받았다는 새내기 한 순경도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내 부모 형제가 위험해 처해있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구조하겠다고 각오했다.
해체됐던 해양경찰을 부활시킨 것은 바로 몇명이 정치인이나 정부가 아니라 인천시민을 포함한 국민들이다.
해경해체는 정부가 선언했지만 해경부활은 국민의 힘이었다.

인천은 여야 할 것 없이 대책위를 조직했고, 해경 부활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이제 해경은 과거와 달리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해경해체 원인이었던 세월호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해상구조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해상 구조구난에 취약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철저한 내부혁신을 통해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 해양경찰은 육상경찰에 비해 사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망망대해에서 외국 불법 어선으로부터 우리어선들을 지켜내고, 안전사고로부터 국민들을 지켜내야 하지만 이에 걸맞은 정책과 예산이 집행되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중국어선들의 폭력적인 도발로 해경들이 하나둘 아까운 목숨을 잃을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내놨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이유로 새로 구성한 해양경비안전본부 역시 국민안전처 산하에 묶여 오히려 예산, 인력 등이 줄면서 서해5도 앞바다에서 어민들의 우려는 극에 달했다.
어민들이 직접 중국어선을 나포하는가 하면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경 함정을 침몰시키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해경해체라는 대책도 정작 대책이 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해경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이름을 바꾼 것 외에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바다에 대해서는 유독 인색했다. 말로는 바다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해양경찰이나 해양수산부에는 많은 관심을 쏟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한진해운 파산 등에 따른 후폭풍을 겪지 않았던가.
해양경찰 부활을 계기로 바다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