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향심 고취·정체성 확립 '조직화된 네트워크' 늘어나 … 역사 강의·홍보관 견학·단합대회·아카데미 교실 진행·지역 10대 공약 이행 요청·순직 공무원 기리는 활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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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인천시민이 300만명을 돌파했다.

명실상부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 3대 도시로 우뚝 섰다.

단위면적도 지난해 인천공항 잔여 공유수면 매립지가 토지대장에 등록되면서 총 면적 1062.4㎢로 울산을 제치고 전국 최대 규모에 올라섰다.

인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에 터를 잡고 인천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은 인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그리고 어떤 미래상을 그릴까?

시민의 조직화된 네트워크의 힘으로 인천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들을 만난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인천은 애향심이 부족하고 정체성이 약하다는 지적은 늘상 있어 왔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애향심 부족, 정체성의 문제는 인천시민이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천을 사랑하는 각 분야의 뜻있는 시민들이 주축이 돼 인천의 과거를 조명하고 현재를 논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높아져 갔다.

이에 2002년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발족한다.

인천사랑운동은 인천시민이 다 함께 인천사랑이란 긍지를 살리고 정체성을 확립해 애향심을 가꾸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최근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인천지역 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인천역사 프로그램인 '출발 인천역사여행'은 인천의 역사를 알리고 학생들이 직접 현장을 돌아보며 체험학습 기회를 위해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주축이 돼 마련됐다.

역사강의를 위해 '찾아가는 인천역사'를 발간하는 성과도 도출됐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인천의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2015년 인천전국시도민협의회(인천시도민협의회)를 결성했다.

인천가치의 재창조와 인천에 대한 애향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인천시도민협의회는 인천사랑 운동실천과 인천 가치 재창조를 위해 향우회 간 교류증진을 위한 정기 간담회, 워크숍, 단합대회, 체육대회 등을 열고 있다.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을 중심으로는 음악회와 등산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인천에서 활동이 활발한 40여곳의 고등학교 동문회가 연합회로 구성돼 음악회, 등산, 세미나 등에 나선다.

협의회는 창립 초기부터 인천가치 발견을 위한 인천사랑 아카데미교실을 꾸준히 실시했다.

기수별 50명 안팎의 시민이 참여하는데 첫 돌이 갓 지난 아이도 수료증을 받기도 했다.

교육 내용을 보면 인문학과 철학으로 본 인천의 가치 등 강의와 인천사랑 생생현장 학습으로 신항만과 G-TOWER 홍보관 등을 견학하는 시간도 주어진다.

교육을 받으면 인천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인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은 "인천은 타지역 인구가 많은 만큼 있는 각 지역의 향우회도 다른 곳에 비해 굉장히 파워가 세다. 이분들이 고향을 중심으로 뭉치고 그리워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현재 사는 인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생각에 연합회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 비전을 제시 하는 것보다 작은 것을 연결해 인천을 알게 하고 현장에 가서 느끼게 하는 것이 인천 사랑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 소통 네트워크

300만 인천의 힘은 시민사회로부터 나온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직능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결성된 '시민사회 소통 네트워크'는 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진보,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인천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사회 소통네트워크는 인천발전을 위한 활동력, 영향력 있는 직능시민단체로 구성된 범시민적 소통채널로 2015년 4월 결성됐다.

당시 직능단체 10곳, 시민단체 7곳, 시의원 3명, 인천시 1명 등 21명으로 출범한 소통네트워크는 인천과 관련한 현안 이슈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감대 형성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공동의제를 선정, 추진하며 필요 시 범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소통네트워크가 결성된 것 자체가 인천만의 고유한 정치적 지형을 보여준다.

인천은 역대 선거 결과에서 전국 시도에서는 드물게 전국 결과가 유사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지역 특성상 한국전쟁 당시 남쪽에 정착한 북쪽 출신이 많고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출신이 고르게 분포된 실향민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전국적 투표성향과 매우 유사성을 갖는다.

지방자치 이후에는 집권당과 괘를 같이 하는 여당 출신 시장이 드문 것도 하나의 현상으로 여겨진다.

시민사회 활동이 타 지역에 비해 활발한 것도 하나의 장점이 꼽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타 지역에 비해 협력과 협치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다.

소통네트워크는 2015년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지역의 현안을 놓고 갈등과 협력을 거치면서 탄생한 시민활동의 결정판이다.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한중 간 정기 컨테이너 노선 개설, 인천항만공사 설립, 인천대교 주경관 폭 확대 등 시민사회의 역할이 지역의 현안, 즉 아젠다 해결에 나서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인천시 재정 위기 및 인천아시안게임 등 시정 현안을 해결하는 움직임이 시민사회에서 구체화 되면서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자는 목소리에 시와 정치권이 협력하는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래서 타 지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여야민정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인천지역 41개 시민사회단체와 3개 정당, 그리고 인천시는 얼마 전 대통령 인천지역 10대 공약 조기실현 촉구 인천시민결의문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방문해 전달했다.

해경부활·인천환원, 연안여객준공영제, 제3연륙교 등 인천지역 10대 공약이 인천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닌 전 국민의 편의를 위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할 공약인 만큼, 시민의 절심함이 담긴 숙원과제들이 적기에 해결 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동 간사를 맡고 있는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시민사회 소통네트워크는 시민사회와 함께 지방정부가 지역의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인천의 힘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다"며 "사안별로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지역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 나가는 소통네트워크의 사례는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사랑회 등 자발적 모임 늘어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임이 늘고 있는 것도 인천의 힘이 되고 있다.

인천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벌이고 있는 인천사랑회가 대표적이다.

인천사랑회는 2010년 인천을 사랑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50여명이 모여 발족했다.

대부분 기업인은 회원들은 그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불안과 실의에 빠진 연평주민을 위한 지원시민협의회를 구성해 41억원의 성금을 모금해 지원했다.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이청호 경사 추모비를 건립하고 자녀에게 학자금을 전달하는 등 인천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슬픔을 시민과 함께 나눠왔다.

인천사랑회는 특히 공무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 등 지역과 국가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의인을 찾아 그 뜻을 기리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조상범 회장은 "정체성이 없다는 얘기도 이제 지겨울 때가 됐다"며 "인천의 정체성 확립과 인천사랑을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들이 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인천사랑회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각종 포럼과 모임을 결성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한다.

조 회장은 "오랜 기간 인천에서 활동하면서 인천이 발전하는 것에 비해 애향심이나 정체성 부분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어 왔다"며 "몇 마디 말로 끝낼 것이 아니라 나부터라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지역의 주축인 40·50대에서 새로운 모임을 결성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 가려는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 10년 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인터뷰]

"흩어진 가치들 모아 … 관심·자부심 갖도록"

"인천사랑이란 현재 있는 인천의 작은 가치들을 하나둘씩 연결해 나가며 관심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은 "인천사랑이라는 것이 대형 이벤트 등을 통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곳곳에 흩어져 있는 기존의 인천 가치를 발굴하고 연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인천의 구석구석에는 인천의 가치와 중요성이 간과되거나 잘못 인식되고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크거나 작거나 인천이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제대로 살리고 잘못 폄훼된 것들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인천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조동성 인천대 총장 명함을 꺼냈다.

조 총장의 명함에는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안전순위를 도표로 새겨져 있다.

그는 "인천대가 자랑하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렇지만 조 총장은 인천의 이미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하나의 표로 표현했다. 즉 인천이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명함 하나로 설명했다"며 "인천사랑도 이와 같은 활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활동이 인천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인천의 주요 현장을 살펴보는 것에 중점을 둔 것도 유 회장의 이 같은 생각에서다.

중학생과 교사들에게 인천의 역사를 알려주고,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고교 동문회를 하나로 묶고, 다른 곳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삶의 영위한 향우회 조직을 인천사랑조직으로 합류시킨 것도 협의회의 큰 변화 중 하나다.

유 회장은 "인천은 객관적으로 인구 구성이나 지정학적으로 20세기 도약의 발판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드웨어 상으로는 경제자유구역과 인천공항, 항만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인천 시민의 인천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 참여가 부족하다"며 "300만 인천시민이 인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