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사회부 차장
▲ 장지혜 사회부 차장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서려던 49층짜리 초고층 오피스텔이 뜨거운 감자였다. 안 그래도 콩나물 교실인 송도지역에 새로운 2784세대 입주가 예상되는 문제라 학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학교 확보가 어렵다는 인천시교육청은 이에 반대 의견을 냈고 순조롭게 건축허가를 받을 거라 기대했던 '힐스테이트 더 테라스' 시공사는 난감하기만 했다.

해당 구역은 업무시설 단지로 당초부터 주거용 건물이 들어설 리 없기 때문에 학교와 관련이 없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이곳 건축에 대한 협상 대상자도 아니고 의견 제출기관도 아니면서 '들이댔다'. 가만히 보자 하니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편법으로 지어지는 사실상 아파트나 다름없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이 먼저 협상 대상임을 자처하며 인천경제청에 의견을 내지 않았더라면 힐스테이트 더 테라스는 학교 하나 없이 지어지고 인근 학교는 폭탄을 맞았을 것이다.

이렇게 적극적인 행정행위가 이뤄진 데는 시교육청 한 주무관의 공이 컸다.

학교설립기획과 송도지역 담당 한 주무관은 어느 날 지나가다가 이 아파텔 홍보물을 봤다. 이미 송도 내 학교 계획이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입주물량이 있다니 의아했다. 수소문 한 결과 업무용 사무실이 아니라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학생이 사는 가정집을 겨냥한 유사 아파트가 세워질 것이 분명했다.

이 담당자는 즉시 경제청에 공문을 보냈다. "우리가 협의 대상이 아닐지라도 의견을 내야겠으니 받아달라"고 운을 뗀데 이어 "학교가 확보되지 않는 한 오피스텔 건설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을 넘겨받은 경제청은 참으로 곤란해졌다. 민감한 학교 문제를 무시한 채 건축허가를 내주기엔 엄청난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봤지만 시교육청은 끄떡없었다.
건설교통위원회 시의원이 교육청을 행차하기 까지 했는데도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건설업체가 학교신설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일단락이 됐다.

이 주무관은 "우여곡절 끝에 초교 한 군데를 늘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이렇게 6급 공무원 한명 덕에 정의가 세워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