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세 횡령사건은 시민이 낸 세금, 즉 국고(國庫)를 마치 사고(私庫)처럼 마음내키는 대로 빼돌린 대표적인 사례다. 왜 인천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는지 따지고 보면 관리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고 전근대적인 업무처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여기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자세가 무책임하게 이완돼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납부한 세금을 담당직원이 일수(日收) 챙기듯 해도 이를 체크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탓으로 쉽게 들통나지 않는다는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등록세 횡령이 어느 특정 은행에 국한돼 있지 않고 여러 시중은행에서 저질러져 왔을 뿐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그럴 개연성이 짙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수사 결과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도 10여억원에 이른다는 보도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현재 인천시 10개 군·구의 등록세 관련 통지서는 한해 40여만건, 지난 99년도까지 대상을 확대하면 1백여만건에 이른다는 추계이고 보면 담당공무원이 차고를 들추어 낸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은행과 구청 그리고 법원 등기소간의 유기적인 업무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표본수사에 걸려든 몇몇 은행에 한정된 것이기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관련은행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그 액수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어쨌든 `국고의 누수""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수사강도를 높여야 한다.
 납세자의 세금을 횡령한 이번 사건은 원시적인 세금수납체계가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세금수납과정에서 부정의 여지가 많은데도 부하통솔을 맡은 간부들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난 94년 `세도사건"" 이후 정부는 시정책을 장담했다. 그런데도 같은 지역에서 세무비리가 다시 발생했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나 국가재정 수입을 맡고 있는 일선기관 직원들의 행태를 보면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기가 막힐 뿐이다. 이래가지고는 세금비리 근절은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다.
 당국은 차제에 전산화 작업을 서두르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