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수 경기본사 정경부 차장
안 와도 걱정, 많이 와도 걱정이다.
최근까지 극심한 가뭄에 저수지 바닥이 갈라질 정도였는데, 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또 고민이다.
비가 너무 오지 않아 가뭄대책회의를 개최한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 호우 피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3일 경기도내에 새벽까지 최대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 것과 관련 호우 피해 상황에 대해 긴급 조치와 긴급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매년 장마철이면 열리는 긴급 대책회의다. 하지만, 긴급 대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피해는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당장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인근 공사장의 축대가 장맛비로 무너져 700t 가량 토사가 쏟아졌고, 가평에서는 축대 2곳이 붕괴됐다.

또 수원과 고양, 구리, 의정부, 광명, 김포 등 6개 시·군에서 주택 35동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경기도에는 지난 2일 0시부터 3일 아침 6시까지 평균 99.8㎜의 비가 쏟아졌다.
가평군의 경우 총 217.5㎜의 누적강우량을 보이며 도내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고 이어 남양주시 213.5㎜, 양평군 172.5㎜, 포천시 161㎜, 구리시 151㎜, 양주시 132.5㎜, 광주시 130.5㎜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4일 시·군 부단체장과 긴급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호우 피해 상황을 재차 점검한 뒤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남 지사를 대신해 이재율 행정1부지사는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와 현장점검을 해 달라"고 지시했다.
지시가 지시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정말 철저한 대비와 현장점검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걱정거리가 있다. 얼마 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많은 수의 가축이 매몰됐다. 매몰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침출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특별한 점검이 필요하다.
물론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대책을 세워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긴급대책회의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하나 더 붙이자면, 매번 비상상황마다 동원되는 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걱정거리다.
최근 파주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복구 담당 50대 공무원이 자택에서 가슴과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비상상황에 따른 근로환경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경기도청만 해도 재난안전본부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AI 비상근무와 함께 가뭄대책 비상근무, 호우대책 비상근무에 직원들이 동원되고 있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호우예비특보가 예정된 상태다.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만 가뭄이든, 집중호우든, AI 등 실질적인 현장 점검과 철저한 대비와 함께 비상근무에 동원되는 직원들의 안전 대책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