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갑질'이 끊이지 않는 시대다.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과반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급속히 신도시들이 들어서면서 건전하고 투명한 아파트 문화는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이런 와중에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들을 위해 오토바이를 사주고, 대신 순찰활동을 펴고 있어 요즘같은 '갑질'시대에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수원시 광교 자이테라스 아파트 주민들의 아파트공동체 문화 형성은 아주 쉽고 단순한 곳에서 시작됐다. 아파트경비원들 대부분이 60세가 넘은 고령이니, 단지 순찰제를 폐지하고. 대신 나이가 젊은 아파트관리소 직원이나 주민들이 순찰을 도는 상생대책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주민들은 경로우대라는 우리 사회의 미풍약속을 지킨 것뿐이라고 겸손해 하지만 경비원이라는 이유로 나이를 불문하고 막말하는 갑질 사회에서 귀감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이뿐만 아니다. 주민들은 한푼 두푼 성금을 모아 경비원들의 오토바이를 사줘, 무더위에 도보로 경비일을 보는 경비원들을 배려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시키는 '갑질'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시대에 주민 스스로 참여를 통해 아파트 문화 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바꾸는 '나비효과'는 법의 효과보다 훨씬 클 것이다.

최근 수원시는 '아파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각종 지원을 통해 바꿔보려는 노력은 거대한 기득권에 막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광교자이테라스 주민들이 보여준 '주민-경비원·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아파트 문화혁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파트 갑질을 근절하는 공동주택관리법이 9월 22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개정 법률은 경비원에게 갑질을 해도 처벌규정이 없어 실효성은 크지 않다. 이러한 법이 제정되기 앞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운영의 투명성, 이웃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더이상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갑질은 이 사회에서 퇴출시켜야한다. 광교 자이테라스 주민들처럼 경비원의 인격을 존중하고, 경비원도 아파트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한다면 아파트 민주주의는 빠르게 정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