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출발선이 같은 교육이 필요한 시점
[제물포럼] 출발선이 같은 교육이 필요한 시점
  • 홍성수
  • 승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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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경기본사 사회부장
고등학생 신분으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승마에서 금메달을 따고 이화여대까지 입학한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엉터리 과제를 제출해도, 학교에 가지 않아도 학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라는 SNS상에 "능력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라는 글을 남겨 국민적 공분을 불렀다. 그리고 2016년 9월,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결국 능력있는 부모 최순실은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부른 죄로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비화된 정유라 사건이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원인은 교육 불평등과 입시 비리였다.

흔히들 우리사회를 놓고 '출발선이 다른 사회'라 한다. 평등한 교육은 온데간데 없고, 능력있는 부모를 통해 출발선이 다른 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시됐다. 이명박 정부 이후 외고·자사고는 급증하면서 설립 취지, 목적과 다르게 고액 사교육을 유발하는 온상이 됐다. 이미 자사고·외고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고액 사교육을 얼마나 받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특권층의 입시중심학교로 변질됐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인 자사고·외고 폐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외고 학무모들의 반발로 올해 재지정 학교에 대해 모두 승인하면서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부모들과 교육단체들은 자사고·외고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계층이동 사다리를 걷어찬 자사고·외고를 폐지하고, 그들만의 리그인 현행 교육체계를 바꾸라고 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특권층 입시 중심의 교육은 올해 수도권 주요 인기대학 진학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년제 일반대학 187개교의 신입생 선발 결과를 비롯한 대학 정보공시 항목을 대학알리미 사이트(www.academyinfo.go.kr)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일반고 졸업생은 전체의 76.7%인 26만295명으로 지난해 76.9%(26만5138명)보다 0.2%p 감소했다. 반면 자율형 사립고·공립고 출신은 10.2%(3만4596명)로 9.9%(3만432명)였던 지난해 보다 0.3%p 늘었고, 과학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도 지난해 4.1%(1만4093명)에서 올해 4.2%(1만4382명)로 0.1%p 증가했다.

최근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교육감은 "과거 외고에 입학한 내 딸이 '학교가 아닌 것 같다'며 1학년 때 일반학교로 옮기겠다고 하더니 2학년 때 결국 자퇴했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영어를 잘해서 번역문학가가 돼 우리나라 소설과 시를 번역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외고에 보냈는데, 결국 딸은 자퇴하고 집 근처 일반학교로 옮겼다"면서 입시 중심의 외고 실태를 지적했다. 또 "요즘 외고, 자사고를 보내려는 건 의사가 되거나 고시에 패스하거나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겠냐. 이들 학교가 끊임없이 경쟁을 유발하고 입시, 사교육 열풍의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사고·외고를 폐지하면 공교육이 정상화될까. 전문가들은 단호히 'NO'라고 말한다. 가장 큰 요인은 일반고의 위기이다.
2015년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팀이 서울 일반고 183곳 중 80%인 148곳의 1∼2학년 1만7373명을 대상으로 일반고 위기 정도에 대한 인식을 4단계로 조사한 결과 '전혀 문제 없음'이라고 답한 학생은 1.4%에 불과했다. '문제가 있음'은 42.6%, '약간 심각한 위기'는 41.0%를 차지했다. '매우 심각한 위기'라고 응답한 학생도 16.2%에 달했다.

일반고가 겪는 위기의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학생 자치활동, 동아리 활동이 형식적이다(63.4%) △중학교 성적이 낮은 학생이 많이 진학했다(52.1%)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이 낮다(52.2%) 등이 꼽혔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단순히 모든 고등학교를 같게 만드는 식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심화교육, 다양한 진로교육, 토론식 수업방식 등 입시 외에도 자사고를 선택하게끔 만드는 수요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사고, 특목고가 사라져도 고교 서열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교육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3년간 자사고·외고 폐지 대안 찾기에 주력해왔다. 실례로 '일반고 함성프로젝트'를 비롯, 부천시의 교과중점학교, 꿈의 대학 등 일반고 학생들이 자사고 처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소질을 개발해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왔다. 아직 그 열매는 영글지 않았다. 그러나 출발선이 다른 사회에서 다른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든다. 더이상 계층의 대물림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꼭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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