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섭 경제부 차장
"그런 것까지 알 수가 있나요."
최근 인천시에 향토 중소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기업은 얼마나 되나요?"

다시 물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잘 모르겠네요. 이런 부분까지 따로 관리하진 않아요"라고 답했다. 때마침 인천에서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기업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산시에 문의했다.
"인천 A기업이 2년 뒤 부산으로 본사를 옮겨요. 공장 부지와 임대료를 무상 지원하기로 했거든요."
인천시의 무관심 속에 인천의 대표 향토기업이 부산시가 조성한 에코델타시티에 입주하는 전국 첫 역외 기업이 된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어 "공장 부지를 최대한 싼 값에 제공하고, 되도록 임대료도 무상으로 주려고 하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업종 특성을 살려 협력 업체가 많은 부산으로 기업을 유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시는 지난해 타 지역에서 이전한 95개 중소기업과 10년치 역외 기업 현황, 이들의 이전 이유를 모두 전산화(D/B)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지역을 떠난 2개 기업도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재유입을 추진 중이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을 대하는 인천시와 부산시의 자세는 이처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인천시장과 부산시장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올해 일본과 미국 등 외국 기업의 송도 투자 유치에 주력했다. 반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전·역외 중소기업과 잇따라 투자 지원을 약속하는 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TIPS(중소기업청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타운을 직접 찾아 서울·인천·경기지역 기업의 부산 투자·유치를 호소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은 축구로 말하면 허리(미드필더)다. 허리가 강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또 위기가 닥쳐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달 14일 카타르와 치른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패배한 가장 큰 원인도 강한 미드필더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 탓이었다. 인천시가 지역경제를 받치고 있는 중소기업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쏟고 투자·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