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섭 시흥지역 부국장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김윤식시장의 의회 출입을 금한다."
13일 오전 10시30분쯤 시흥시의회 청사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 8명의 명의로 내걸린 현수막의 글귀다.

같은날 오후 3시 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철 의원(현 의장)의 징계 요구안' 처리를 위한 윤리특별위원회가 열렸다.
동일한 날 오전과 오후에 비쳐진 시흥시의 민낯이다.
시와 시의회 두 기관 간, 정파를 달리하는 시의원 간 갈등이 겹쳐지면서 120일째 시의회의 모든 의사일정이 마비되는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첫 발단은 지난 2월14일 김영철 의장이 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들의 '개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242회 임시회를 열면서부터다.
당시 임시회 안건은 '시흥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과 시흥시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반면 개회를 반대한 두 당의 의원들은 "시 정부가 어린이집안전공제회 보험료 예산 등 의원 편성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김 의장에게) 임시회 소집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국민 두 당 의원들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고 이후 지금까지 모든 의사 일정은 비정상의 극치로 치닫고 있다.

3월9일 김영철 의장의 첫 불신임안 가결 → 3월28일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의장직 복귀 → 4월17일 김 의장 두 번째 불신임안 의결(제1차 추경 예산안 심사 거부) → 4월24일 자유한국당 홍원상 의원 의장 선출 → 4월26일 제1차 추경 341개 사업 744억원 삭감 → 4월28일 김영철 의원 두 번째 불신임과 홍 의원 의장 보궐선거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 5월17일 김영철 의원 징계 위한 윤리특위 구성 → 5월18일 2차 김영철 의장 불신임 가처분 인용 의장 복귀, 홍 의원 의장 직무 정지 → 6월8일 제249회 제1차 정례회 개회 무산 → 6월13일 김 의장 징계 위한 윤리특위 개최, 김 시장 의회 출입금지 현수막 달기.

2월14일부터 6월13일까지 120일간 시의회가 보여준 기초의회 폐해의 실체다.
갈등의 주체인 세 당사자들 김윤식 시장과 김영철 의장, 그리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8인 의원들에게는 43만 시민에 대한 고민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들이 이 상황을 보다못해 대토론회를 제안했다.
6월7일 시흥시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는 김 시장과 김 의장, 그리고 장재철 의원 등을 초청해 상황 중재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분란의 당사자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 시민만 보고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수의 횡포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소수의 희생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당사자들에게 불통과 불신, 정치력 부재, 리더십 결여 등 문제의 근원에서 하루빨리 탈피해 정치적 책임과 결단을 실현할 통 큰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혼란이 계속되면 각종 민생과 시책 사업 '올 스톱'이라는 파국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게 된다는 의미를 새겨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