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현 정치부장/부국장
인천시가 요즘 바쁘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분명 인천시로서는 숨가쁜 도전이다. 시장과 대통령의 당색이 다르다보니 여러 군데에서 애로가 많다. 과거 여권에서 잔뼈가 굵어온 유정복 시장이 진보 진영의 대통령 및 그 주변인사들과의 관계가 많았겠는가. 그러다보니 직접적인 연결고리도 없고,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의 관계도 순탄치않다보니 자연스레 지역현안을 중앙정치권에 전달할 창구도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나섰으나 이 또한 난항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시 정부의 일방적인 협의체 구성행보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야정협의체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행정부시장이 지역의 어젠다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전달했으나 왠지 미덥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타 지역의 정치권은 직접적이며 과감하게 새정부 인사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부산의 김영춘 의원은 이미 오래전에 해수부 관계자들을 만나 해사법원 유치 등 지역현안에 대해 못을 박고 나왔다. 나아가 김 의원은 차기 해수부장관에 내정된 상황이다. 인천시는 부랴부랴 시민소통네트워크를 통해 여야민정협의체 구성에 나섰으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탐탁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인천시는 해사법원 인천설립 법시민추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지난 9일 1차 회의에 나섰다. 인천지역의 각 분야 전문가와 관련업계 대표 등 20여명의 인사들이 모였다. 모두가 인천의 발전과 해양도시로서의 위상 구축을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결론은 하나였다. 300만 인천시민들의 단합된 힘을 모아 해양도시로서 인천의 위상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회의기간 내내 왠지 회의장에 자리한 패배의식을 느낀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해사법원 설립의 추진은 부산이 먼저했다며 뒤늦은 인천의 도전을 은연중에 지적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인천보다는 서울이나 부산이 더 명분이 있다고 지적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다 사리에 맞고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순진함에 다름아니다. 묻고 싶다.

그럼 지금 부산 정치권이 주장하는 해사법원의 부산 설립은 명분이 있는가. 나아가 인천에서 왕성한 활동을 펴고있는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은 무슨 명분이 있어 지역균형발전을 모토로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사람들이 주장하는가. 어이가 없다.
부산의 주장들은 해양경찰청을 공중분해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무지한 판단과 무엇이 다른가. 더구나 해사법원은 아직 생기지도 않은 기관이다. 연간 600건의 해사사건 중 500건이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관문인 인천은 바로 지근거리다. 인천국제공항은 연 1억명이 다니는 국제허브공항이다. 무엇이 이보다 더 명분을 가지겠는가.

인천은 분명 어떠한 국제기구도, 어떠한 해양관련 기관도 자리하기에 충분한 명분과 실제적인 이점이 많은 곳이다. 서울과 무려 400여km 떨어져 있는 부산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다만 부산은 정치적 영향력이 인천보다 뛰어나다. 대통령부터 주무 장관, 대통령 주변의 힘있는 정치인들이 대부분 부산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인천의 300만 인천시민들은 당연히 눈에 멀어지게 마련이다.

이날 TF회의에서의 결론은 그래서 중요하다. 인천의 주인은 300만 인천시민인 것이다. 해사법원을 인천에 설립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바람인 것이다. 그래서 시 정부를 비롯해 모든 전문가들이 하나의 대오를 형성하며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범시민 추진TF에 지역 정치권은 없었다. 부산의 해사법원 추진단장은 김영춘 국회의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인천해사법원 추진 TF에 인천지역 정치인들은 자리하지 않았다. 이 또한 인천시정부의 일방적인 행보에 화가 난 정치권의 태도인지 묻고 싶다. 아니면 범시민에 정치인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해경부활과 인천환원'을 이뤄낸 인천의 정치적 역량이면 아직 구체화되지도 않은 해사법원의 인천설립 쯤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닐 것이다. 240만 유권자를 지닌 300만 도시 인천의 파워는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이제 모두가 눈을 뜨고 지켜보며, 동참해야할 것이다. 해사법원은 인천에 설치해야한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이뤄지는 날까지 모두가 동참해야한다는 것이 바로 첫 TF회의의 결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