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보안상 흔히 'VIP'라고 지칭된다. 필자가 인천 시청에서 근무한 이후 VIP의 시청 방문은 2001년 김대중, 2013년과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세 차례 있었다. 물론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인천시를 방문하였으나 송도 갯벌타워 등에서 회의를 주재했기 때문에 시청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경호상 VIP는 시청 서쪽 현관으로 들어와 바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 시장실로 향한다. 필자가 근무했던 대변인실 앞 복도를 늘 통과했다. 그 순간 사무실 출입문은 완전히 봉쇄된다. 내내 화장실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의 행차는 특급 보안이다. 그 특급 비밀을 미리 알 수 있는 표식이 있다. VIP가 오기 며칠 전부터 시청 내 모든 맨홀 뚜껑에는 작은 테이프가 붙여진다. 전날부터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을 수 없다. 영화를 많이 본 탓인가. 맨홀 안에 암살범이 숨어있고 폭파된 차량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려진다.

엄격한 경호 속에서 그나마 행동이 자유로운 사람이 있다. 바로 사진사다. 미리 '비표'를 받은 시청 소속 사진촬영 담당자는 대통령에 근접할 수 있다. 시청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하고 얼마 전 퇴직한 사진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1980년 대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인천시청을 초도순시했다. 물 샐 틈 없는 경호로 현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살벌했다. 경호원은 사진기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고 플래시도 미리 터트려 보았다. 행사 후 지역구 의원들이 선거용으로 쓰기 위해 대통령과 함께 '인증 사진'을 찍는 순서였다. 순조롭게 사진을 찍던 중, 모 국회의원이 눈을 감은 것 같아서 그는 별생각 없이 "다시 한 번 찍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순간 옆에 있던 경호원이 다짜고짜 그의 목덜미를 잡아끌고 나갔다. "너, 이 ×× 죽을래?" 그는 공포감에 한동안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새 대통령도 인천시청을 방문할 것이다.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표방한 이번에는 그 풍경이 사뭇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직원들이 창문 열고 손 흔들어 환영하고 복도에서 마주친 직원들과 대통령이 함께 핸드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창고 붙은 맨홀 뚜껑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듯하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