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탄핵과 대선은 혼란 아닌 변화의 과정
[제물포럼] 탄핵과 대선은 혼란 아닌 변화의 과정
  • 조태현
  • 승인 2017.0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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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현 정치부장/부국장
지난 3일, 평소 존경하던 한 교수님의 초청으로 주한 일본공사와 함께 오찬을 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그 자리의 화제는 단연 대통령선거였다. '대통령 탄핵'과 이에 따른 '조기 대선'이라는, 우리 국민들조차도 경험하지 못했던 선거였으니 일본인으로서는 더욱 더 그결과와 전망이 궁금한 것 같았다. 이 일본 외교관의 관심은 대선의 결과와 향후 한·일 관계의 향방에 집중돼 있었다.

탄핵풍에 휩쓸려 치러지는 대선이라는 점에서 그 또한 야권으로의 정권교체에 무게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반영하듯 제법 깊숙한 얘기까지 오갔다. 먼저 그는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후보의 대선 재수와 그의 대세론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권의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정치인이 어떻게 두번이나 대선에 도전할 수 있었는지,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이 문제에는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다. 이 자리에서 웃어넘길 수 없는 해석이 제기됐다.

진보, 그것도 과거 노무현 현상을 그리워하고 있는 일단의 진보세력이 중심이 된 보상심리의 확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그의 사후, 감동이 사라진 현실정치에 대한 반감이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못했다는 진보진영의 인식이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정치적 동지였던 문재인 후보에 대한 확고한 지지로 이어지는 일종의 보상심리에 근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행보와 보수층의 결집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보수층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사건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 뒤 실질적 '퍼스트레이디'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된 채 자택에서 은둔생활을 강요받았다.

10여년의 은둔생활 뒤 정계에 입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남을 기반으로한 보수층의 절대적인 지지로 막강한 대세를 형성하며 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거쳐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대세론은 철옹성이었다. 이 또한 보수층의 보상심리가 작동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국민의 95%가 찬성한 상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지만 지금 또다시 친박이 중심인 정당의 후보는 두 자릿수의 지지도를 받고 있으며, 영남에서는 여전히 배신자론이 인구에 회자되며 탄핵을 주도했던 유승민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여타의 해석으로는 설명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또 하나, 이번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일본공사의 시선은 관심을 끌었다. 짧은 시기에 탄핵과 대선을 치르면서도 질서정연한 한국민들의 태도와 선거문화는 부럽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한다면 작금의 한국은 혁명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와 국민들은 차분히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무역보복과 북한의 핵 위협, 미국의 통상압력이 겹쳐오는 정국에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선을 치르는 모든 국정의 일상들이 차분하게 룰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또 다시 미래를 위한 선택과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공사의 판단이다.

그는 일본은 국민의 65%가 현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좋은 사회 아니냐"는 질문에 "일본은 아무런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회"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반해 "한국은 무언가를 바꾸고 변화시킴으로써 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려는 욕구와 열망이 가득찬 사회"라고 진단했다. 탄핵으로 시작해 장미대선과 19대 대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한국적 상황은 주변 국가들은 따라 갈 수 없는, LTE급의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낸 한국인들의 본질을 알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우리는 절망했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보수층이 손가락을 자르고 이민을 생각했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때는 진보진영이 절망했었다. 최순실 사태에 이르자 전 국민이 절망하며 탄핵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한국인의 DNA는 누구보다 빠른 변화를 추구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일본 공사는 오히려 한국의 미래를 본 것 같았다. 요즘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매수주문이 쇄도하며 코스피 지수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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