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 퇴근길 시민들이 한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 선거때마다 바로미터 역할…"후보 검증시간 짧아"·"공약 따져보고 선택"
"여느 대선보다 관심이 커진 만큼 누구를 찍을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지난 22일 오전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김창희(37·남동구 서창동)씨는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김씨는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으로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김씨는 "야권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을 보고 찍었던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후보 개개인의 면면을 좀 더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65·서구)씨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김씨는 "지난 정권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주변 얘길 들어보면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인천은 역대 선거 때마다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이후 치러진 3차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1위 득표율을 보인 후보와 인천 1위 득표율을 보인 후보는 같았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인천 유권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51.5%,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48.0%의 지지율을 안겼다. 전국 득표율과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일치했다. 달리 말하면 인천 시민이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 셈이다.

19대 대선을 보름여 앞두고 만난 시민들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4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해온 이모(63)씨는 "대선에 대해 말을 꺼내는 승객들마다 대통령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투표장을 향할 때마다 보수 후보를 찍었다는 이씨는 "나라꼴도 말이 아니고 너도 나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니 열댓 명 전부 찍고 나올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야당 후보를 주로 선택했다는 허모(59·서구 당하동)씨도 "주변에서 OOO 후보를 찍으면 안 된다고 반감을 드러내서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콕 집어 지지하는 사람이 없지만 투표권을 포기하면 원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자식들이 선호하는 문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다.

정책 공약을 따져보고 대통령을 선택하겠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같은 날 오후 작전시장에 장을 보러 온 보육교사 박지혜(27·계양구)씨는 "인천에서 심심찮게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는데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대다수 보육교사들은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씨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와 아동 대 교사 비율을 줄이는 처우 개선 정책 등을 보고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최모(35·남동구)씨도 "지난해 가을 정치권이 혼란을 겪었던 무렵부터 매상이 크게 떨어졌다.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란다"며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출산·육아 정책도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학생 이모(19·계양구)씨는 "차기 대통령이 지녀야 할 덕목은 청렴과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박 전 대통령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국가를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남아있는 토론회를 보며 지지 후보를 확실하게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곽안나 기자 smlee@incheonilbo.com

▲경기도 전통시장 상인 잘 살 수 있도록 해주길…"경제 살릴 대통령 필요"·"언행일치 했으면"
19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 기간 첫 주말을 맞은 지난 22일 도내 주요 재래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이 꼭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특히 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치여 재래시장 상인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이라면서 "시장상인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상인들은 주요 대통령 선거 후보와 각 당에 대해 '무책임한 여당', '말로만 떠드는 야당', '신뢰가 가지 않는 후보들'이라며 "찍을만한 후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그래도 시장을 살리고, 시장 상인들을 위해서라도 소중한 한 표는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내 선거유세 중점지역인 지동시장에서 만난 한 정육점 주인은 "사실 모든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토론회에서 본 후보들 모두 정책보단 서로 헐뜯기 바쁘더라"고 지적했다.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상인도 "준비된 대통령이라 주장하는 후보는 뭐가 준비됐다는 건지 모르겠고 또 다른 후보의 정책과 신념은 불명확한 것 같다"며 "모든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또 다른 상인은 "언제부턴가 농사짓는 사람들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너무나 동 떨어져 있다"며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이 있듯이 농촌과 도시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장 상인들은 아직까지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60대 이상 상인들이 보였던 여당 성향의 인식도 많이 바뀐 모습이었다.

수원 영동시장에서 40년 가까이 과일을 판매한 60대 주인은 "고향이 경상도라서 예전부터 여당에 1번을 찍었는데 이번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예전 같으면 벌써 누구 찍을지 결정했을 텐데, 아직까지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예전엔 자신의 출신 등에 맞는 당을 보고 투표했는데 이제는 사람을 보고 찍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서민들, 특히 시장상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경제를 회복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후보가 돼야한다"고 말을 보탰다.

젊은 상인들도 진보와 보수, 기득권과 노동자 사이에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기록될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까지 지켜봐야 했던 시대의 당사자로서 정치가 얼마나 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잘 알기 때문이다.

수원 영통시장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한 주인은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후보들은 정권교체와 적패세력 청산을 주장하지만, 이들이 집권하면 또 다른 기득권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타 후보에 한 표를 던지자니 사표가 될 것 같아 고민이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팔달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말만 앞세우고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후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답답하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하니까. 장사 잘되게 하고 시장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후보를 찾아 투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19대 대선을 맞는 입장을 설명했다.

/정재수·최현호 기자 jjs388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