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문화 이슈 비평 … 예술계 변화 주도
▲ 민운기 편집주간
1997년 가을 창간호 … 올해 20주년
스페이스 빔이 발간하는 격월간지

인천·도시·문화 비평지 격월간 <시각>이 올해 창간 20년주년을 맞는다. <시각>은 인천지역 도시문화 관련 이슈와 현안에 대한 다양한 비평적 시각과 의견 담는다. 또 이슈와 현안에 맞서는 활동과 체험을 공유한다.

<시각>은 지역 문화와 예술을 고민하는 조직인 '스페이스 빔'에서 발간하는 지역문화담론지다.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가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인천 동구 창영동 배다리 옛 양조장 건물에 둥지를 틀고 있는 스페이스 빔 사무실을 이용한다. 지역문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1997년 가을 창간호를 발행했다. 첫 출발은 지역미술연구모임 회원들이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염두에 둔 공론의 장이었다. 비평적 관점에서 지역미술의 과제를 조명한 것이다. 그 이후 20년 동안 꾸준히 한 번도 결호없이 오늘날까지 오프라인 계간지로 발행되고 있다.

그동안 <시각>의 편집방향도 변화했다. 첫 창간호는 지역미술문화 비평지 성격이었다. 창간 초기부터 소재주의와 장르주의 등 기존 제도를 공고히 하는 안일한 창작태도를 공격적으로 비판하는 등 내부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어 지역·미술·문화 비평지를 거쳐, 지금은 인천·도시·문화 비평지로 담론의 폭을 넓혔다. 이처럼 시각의 편집 방향은 제도적 틀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상황에 맞게 변화를 거듭하면서 인천지역 문화예술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시각>이 초기 '미술' 중심에서 문화적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데까지 방향을 확장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대안적 미술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스페이스 빔과 <시각>의 편집 방향이 상호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지면을 구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비쥬얼과 타임, 오피니언이다. 판형도 A5 판형에서 A5 변형을 거쳐 지금은 A4 편형에 80쪽 내외로 발행하고 있다. 발행부수는 매호 1000부이며, 무료로 배포하지만 1부 5000원, 1년에 2만5000원의 정기구독을 신청할 경우 원하는 곳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우편으로 발송해 준다.

민운기 편집주간을 포함한 편집위원 8명이 편집회의를 통해 편집방향과 주요 현안을 진단하는 의견을 주고 받는다. 편집위원들은 시각예술가, 지역 역사·문화 연구자, 시민사회 활동가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발행된 3·4월호에는 지역의 첨예한 현안으로 떠오른 인천지역 재개발 추진과 제2외곽순환도로의 문제점을 집중 짚었다. 지역주민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공연, '재개바라' 콘서트, 동구주민들이 도시에 대한 권리 찾기에 나선 이유 등을 다뤘다. 여기에 자치단체장이 드라마 '도깨비'와 배다리 마을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담았다. 이외에도 북성포구 매립문제, 창조도시론, 인천의 보행 환경, 시대상황을 반영한 그림일기 등을 실었다.

/이동화 기자 itimes2@incheonilbo.com



[인터뷰 / 민운기 편집주간] "지역에 필요한 내용 … 기록의 중요성도 커"

"재미나 대중성은 없지만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시각>은 오프라인과 함께 페이스북 링크 등 SNS를 최대한 활용해 독자들에게 지역의 알뜰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창간 당시를 떠올린 민운기 편집주간은 "20년 전에는 지역미술을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담론이나 방향성도 없던 때였는데, <시각>이 처음으로 지역미술에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라며 "초기에는 주제의식과 형식적 실험성에 주안점을 두고 대안 담론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격월간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시의성 있는 지역 이슈를 담아내기에 적절하다고 한다.

자체 전담 기자는 없다. 편집위원을 중심으로 일부의 외부 필진을 초대해 꼭지를 구성하고 있다. 더욱 잘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열악한 재정 여건 때문에 현 수준을 유지하기도 버겁다고 한다. 원고료 책정도 어려워 함께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양해를 얻는다. 편집 디자인 비용도 재능기부 수준으로 해결한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행한 이유를 물었다.

"무엇보다도 지역의 도시 문화를 바라보는 비평적인 시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은 물론, 글을 쓰고 나누며 자기 점검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 시대를 되돌아 볼 때 기록의 중요성 또한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동화 기자 itimes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