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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극단적인 공약과 발언에서 후퇴해 점점 현실과 타협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여러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이 대선 운동 기간과 비교해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나토)가 쓸모없다는 생각도 버렸다고 한다.

그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비판했던 입장도 바꿔 이제 옐런을 좋아하며 그의 재임명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비판한 수출입은행 역할도 높게 평가했다.

국제사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받는 시리아를 공격하라고 지시했으며, '브로맨스'를 과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시리아 공습을 기점으로 사이가 멀어졌다.

지난 7일(현지시간) 지중해에 있는 미 해군 소속 구축함 '포터'에서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지상공격 순항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온갖 현안을 두고 예고한 급격한 변화는 취임 100일을 앞두고 대부분 현상 유지로 돌아섰다.

대선 후보 트럼프가 기존 체제를 뒤엎고 워싱턴 정가를 샅샅이 개혁하겠다며 내세운 많은 공약이 비현실적이고 무지에서 비롯한 즉흥적인 주장이었다고 미 언론들은 꼬집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견해를 검토할 정책 전문가를 별로 고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말이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대통령이 됐다. 후보 시절에는 주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지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포함해 그에게 제대로 조언할 사람이 많다.

취임 후에도 한동안 '선거운동 모드'를 유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다양한 보좌관의 말을 듣는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전했다.

미 언론은 주요 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가 그가 전혀 몰랐던 사실을 배우고 현실 정치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한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 위협을 쉽게 수습하리라 생각했으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10분간 듣고서 북핵 문제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 잇따른 정책 뒤집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노력이라는 분석도 있다. 덜 독단적이고 더 실용적인 접근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틀을 짜는데 참여한 보수성향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는 "후보들은 선거 기간 항상 허풍을 떨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랬지만, 취임하면 정책이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다뤄야 한다"고 AP에 전했다.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도 '트럼프의 놀라운 재창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낮은 지지율과 연관시키며, 지지율 반등을 위해 '오른팔'이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내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에 그를 당선시킨 열혈 지지자들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지지자 30여 명을 인터뷰해 이들이 '트럼프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 이 닮지 않았다고 느끼며, '미국 우선주의' 공약은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