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계복합청사 운영 민간단체...저렴하지만 '양질의 서비스'"
▲ 정진 한국생활체육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29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oenilbo.com

미국에서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A.P.B 라는 드라마가 있다. 총격 사고로 친한 동료를 잃은 한 백만장자가 13구역으로 불리우는 한 지역의 경찰서를 인수한 뒤 자신이 가진 첨단 기술을 적용해 운영한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이런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안양시에도 있다.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호계복합청사가 비슷한 경우다.

호계복합청사는 안양시가 건립한 공공기관으로 주민센터와 수영장, 스쿼시 시설 등을 갖추고 있지만 운영 주체는 시 산하 기관이 아닌 사회적협동조합이다.

호계복합청사를 안양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중인 한국생활체육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민간단체다.

한국생활체육 사회적협동조합에는 전 수영 국가대표 선수 등 주로 전직 프로 선수들과 엘리트 선수들, 체육을 좋아하는 조합원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진(39) 이사장 역시 수영 선수 출신이다.

정 이사장은 함께 운동을 해온 선·후배들이 선수 생활 뒤 자리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조합 설립을 추진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정 이사장은 "2013년에 처음으로 조합이 설립됐으니 올해로 4년이 됐고 지난해 12월 비영리체육단체 인증을 받았다"며 "예전부터 안양시는 유명한 수영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던 곳이였는데 어느 때부턴가 선후배들이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게됐고 이들을 위한 단체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해 조합 설립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호계복합청사를 운영하는 주체는 민간단체지만 기능은 지역 주민들의 체육활성화와 편의 지원과 같은 공공기관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때문에 어려움도 많이 따른다고 정진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호계복합청사가 민간에 위탁된 주된 원인이 공단에서 운영을 하면서 매년 크게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조합은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하지만 양질의 대민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과 민간단체가 운영을 하는 만큼 적자폭을 줄여야 한다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 두가지 측면을 잘 조율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계복합청사는 매년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데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조합내에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선수 생활을 통해 효과적인 강습을 하고 있는 훌륭한 강사진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이사장은 "조합명이 한국생활체육 사회적협동조합이다보니 외부에서보면 구성원들이 다 엘리트 선수들이나 프로 선수들만 이뤄져 있을 것이라는 오해도 있는데 조합내에는 다양한 전문 지식을 갖춘 분들이 많다"며 "실제 예로 현재 수영강습을 진행하고 있는 한 강사분은 전문 수영 경력 이외에도 보일러 전문 자격증을 가진분도 있고 건축 설계 전문 지식을 갖춘 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 이사장은 민간단체가 공공기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이번 사례가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과 체육인들의 새로운 인생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정부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안내데스크에서 일하고 계신 선생님도 전 수영선수 출신이고 현재 수영강습을 진행하고 있는 강사 대부분이 수영선수를 은퇴하신 분들이다. 운동선수가 선수를 은퇴하면 정말 할게 없다. 그런분들에게 이런 사례는 좋은 일자리 창출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들도 사회의 변화에 따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분들을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 이사장은 공공기관들이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좀 더 폭넓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을 건축할 때 건물의 성격과 역할에 맞게 좀 더 다양화 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호계복합청사의 경우 구조가 정말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데 설계 단계부터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이 좀 더 반영됐다면 훨씬 더 큰 효율을 냈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청사를 이용하는 시민분들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데도 건물의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회원분들에게 불편을 드릴때 마다 정말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정진 이사장은 올해 호계복합청사가 한 단계 더욱 발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적자폭도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정 이사장의 자신감 뒤에는 한국 라이프 세이빙 소사이어티와 지난해 맺은 협약이 빛을 발하면서 호계복합청사가 올해부터 신설되는 수상 구조사 교육을 전담하는 경기남부 지역의 공식 교육기관이 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얀양과천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올해부터 체육지원단 업무를 수행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정 이사장은 "호계복합청사가 올해부터 경기남부 지역의 수상 구조사 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공식 단체가 됐다"며 "거기에 안양과천교육청과 체육지원단 업무도 함께 하기로 이야기가 되서 좀 더 활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호계복합청사는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사례다. 그만큼 정 이사장의 부담감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 길의 선구자인 정진 이사장과 한국생활체육 사회적협동조합이 좋은 결과를 내야만 앞으로도 이번 시도들이 더욱 활발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노력이 여기에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공기관이 문턱을 낮춘 이같은 사례가 더욱 많아져야 대한민국의 효율성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정진 이사장은 "인근에 위치한 타 시군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싶지만 아직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꼭 호계복합청사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이런 사례들이 확산되길 바라는 것이 제 작은 바램이자 소망이다"라고 역설했다.

한국생활체육 사회적협동조합은 체육전문가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현실적인 적용으로 발전된 체육문화를 제시하고자 결성된 조합으로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체계화로 교육, 취업, 관리의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인력선순환구조를 통한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주요 사업 현황
- 2015년 1월 1일 호계복합청사 수영장 스쿼시장 위탁 운영
- 2016년 4월 문화관광부로부터 비영리 체육단체로 변경
- 2016년 6월 17일 라이프세이빙 소사이어티와 업무 협약으로 LSK 경기남부지부 설립 및 활동
- 2016년 8월 제1회 생존수영 지도자(S2SI) 교육 및 제1회 수상인명구조요원(NLS_Pool) 교육
- 2017년 수상 구조사 국가 자격증 검정기관 선정으로 민간자격증의 국가 공인화 첫 시행

/문완태 기자 my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