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출신 세계적 추상조각가 김인겸 작품 조망
▲ 사고의 벽(1992)
▲ 스페이스 리스(Space_less)
▲ 묵시공간(1988)
수원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김인겸 작가의 40여년 작품세계를 정리하는 전시회가 고향에서 열려 화제다. 경기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6월4일까지 수원출신 원로조각가 김인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김인겸, 공간과 사유'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김 작가의 40여년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정점을 이룬 대표작과 최신작 100여점을 총 망라해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전시도 최신작 '스페이스리스'(2015)를 시작으로 시대 역순으로 작품들을 배치했다. 중간에는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프로젝트-사고의 벽'(1992)과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당시 대표작가로 출품한 '프로젝트 21 내추럴 네트'가 선보인다. 두 작품은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고 실제 공간과 예술적 영역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은 대표작이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그의 초기 작품인 '생성' 연작과 함께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작품도 자리하고 있다.

김 작가는 1996년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초청을 받고 도불하여 2004년 귀국 전까지 국내외를 오가며 국제무대에서 활약했다. 다양한 조형실험을 시도했던 이 시기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김인겸 특유의 조형적 질서가 극대화되고, 가장 물질적인 장르인 조각을 가장 정신적인 상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김인겸의 4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집중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에서 특정계파와 장르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조형어법을 구축해온 치열한 작가정신과 부단한 노력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관객들 또한 조각의 고착된 틀과 형식을 벗어나 열려진 공간과 사유의 세계를 마주하는 예술적 체험이 될 것이다.

김 작가는 그의 작가노트를 통해 "내 작품은 한마디로 조형의 영혼성에 대한 관심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미지와 불확실성의 행로를 담보하는 침묵의 공간이고 원초로 흘러드는 모태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수원시민 25%할인), 오전10시~오후7시(매주 월요일 휴관)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






김인겸 작가 "작품의 최종 완성은 자연이 만든다"




"수원화성에 꼭 맞는 미술관이 새로 생긴 덕분에 고향에서 전시회를 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수원이 배출한 세계적인 추상조각가로 꼽히는 김인겸 작가가 40여년 작품세계를 종합하는 전시회를 고향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갖는 소감은 남달랐다.

1945년 수원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어린 시절에 대해 "미술가를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했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 보니 예술작품을 하는 곳이 아니라 모델링을 하다 보니 이러려고 미술대학 온 것이 아닌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고 회상했다.

추상 조각가의 길도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 수원 유신고에서 6년간 미술교사 생활을 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3년 연속 국전 입선, 경기청년미술인회 창립 등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작품 활동에 몰두해 국내를 물론 프랑스에서 큰 호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펼친 그는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작품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작품을 만들 때 계획과 실행은 내가 하지만 작품의 최종 완성은 자연이 만들어낸다"며 "난 지휘자고 작품의 결과는 내 손을 떠난다"고 평했다.

최근 작품인 '스페이스리스'를 예로 들며 "공간이 있지만, 없기도 한 조각의 차원을 초월한 상태의 조각을 선보인 것"이라며 "어느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미술 영역 자체를 극복한 작품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을 묻는 질문에 "마음속 대표작은 뭐니 뭐니 해도 1992년 '프로젝트-사고의 벽'으로 현재의 작가로 있게 한 동력이 됐다"면서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때 선보인 '프로젝트 21 내추럴 네트'도 '프로젝트-사고의 벽'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김 작가는 "대표작인 '스페이스-사고의 벽' 30년을 맞는 2022년쯤 실제 규모로 작품을 재현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