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최근 '인구 절벽'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인 15~64세 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소비 및 생산 활동을 벌이는 중년층이 크게 줄면서 경제위기가 초래될 뿐 아니라 국가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천도 이 같은 현상을 오롯이 마주하고 있다. 인구 300만 돌파를 자축하며 대한민국 2대 도시로의 도약을 선언했지만 인구 절벽이라는 난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2016년 인천지역 출생아 수는 2010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2만3600명으로 전년대비 무려 7.5%나 감소한 것이다. 전국 평균 7.3%를 웃도는 수치다.

이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인천시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시는 올 2월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할 저출산 고령화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일자리 대책과 결혼·출산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 출산 친화적 기업 육성 방안등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의회도 '저출산 해결방안 연구회'를 구성, 활동을 시작했다. 각계 전문가 30명을 통해 저출산 문제 해법과 바람직한 육아정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저출산 문제가 광역시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닐 뿐더러 단순히 출산 선물을 주는데 주력해 온, 그야말로 옛 '자유당' 시절 정책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올해 야심차게 시작한 아이맘(I-MOM) 사업도 마찬가지다. 출산 물품을 지원해주는 것이 골자로 기초 지자체들도 앞다퉈 이를 시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출산 선물을 받으려 아이를 출산하겠다는 산모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15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기 위해 그보다 수천 배는 들여야 할 육아비를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지자체를 넘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더 가관이다.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여성들로 하여금 공분을 사게 하고 있다.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여성의 학력·소득수준 상승이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휴학, 연수, 자격증, 학위 등이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하자는 어이없는 대책까지 나왔다. 저출산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전에 불거졌던 '대한민국 출산지도' 역시 저출산을 바라보는 허접한 정부 관점을 명확히 드러내 준다. 지역별로 가임기 여성 숫자를 표기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탁상행정이라고 하기에도 어처구니 없는 인식을 갖고 있는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지자체에 거는 기대는 과하다 싶을 정도다.

저출산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 전체 시스템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경제, 교육, 행정 등 사실상 모든 정부부처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소득을 우려해, 또 육아를 우려해 출산을 미룰 수밖 에 없다. 세상이 나아졌다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 중 대부분은 출산을 눈치 봐야 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육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한 후 복귀한다 해도 경력단절이라는 꼬리표가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경제상황, 대기 순번을 수없이 걸어야 하는 어린이집, 끊임없이 터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 등은 아이을 낳으려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출산·육아를 꺼리게 하고 있다. 저출산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을 둔 필자도 지금껏 사회시스템을 통해 아이를 맡겨 보질 못했다. 하늘이 내려야 가능하다는, 워킹 맘들 사이에서 이른바 '천운(天運)'이라 여겨지는 '친정엄마 시스템'에 기대어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저출산 원인이 여성 탓이라지만 또 다른 여성이 사회가 책임져 주지 못하는 영역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이런 시스템을 끝낼 때가 됐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저출산 개선을 위해 82조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그러나 한 여성으로서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체감하기는 좀체 어렵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 변화 속에 봉건적 사고에서 출발한 출산정책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수 많은 워킹 맘의 입에서 "엄마, 미안해"라는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시스템 정착이 시급하다.